장애인 프로게이머 'Space' 고 박승현 선수
2007년 블리자드사가 제작한 '워크래프트3'이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새로운 e스포츠로 각광을 받게 된 시기, 세계 모든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가 참가하는 프로리그 W3L의 예선을 통과한 신예 프로게이머가 등장했다. 'Space' 라는 아이디를 쓰던 그는 당시 워크래프트3 의 4개의 종족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던 종족인 '언데드'를 주 종족으로 활용했다.
그는 기존 언데드의 주류 플레이 방식이었던 장기적인 운영이 아닌 공격적이고 세밀한 컨트롤을 통해, '화끈하게' 승리를 거두는 플레이 스타일로 순식간에 인기 프로게이머로 등극했다.
해당 아이디를 사용하던 박승현 선수는 불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었다. 근이영양증은 전신의 근육이 점점 줄어드는 질환으로, 현역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2008년 경에도 일부 손가락과 목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보호자가 자세와 자리를 잡아 준 이후에만 플레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프로게이머들이 모든 단축 키를 활용해서 0.1초라도 스킬 사용에 지연을 줄이려 노력할 때, 박승현 선수는 가용 근육의 한계로 키보드 대신 마우스로 스킬을 선택해서 사용해야 했고,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키의 반 이하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그는 'Space'라는 닉네임처럼 우주를 향해 세상을 떠났지만, 중증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오히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생전의 박승현 선수의 모습 [출처 : 나무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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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장애인의 또 다른 도전과 기회의 장
다양한 문화 콘텐츠 중 일반 스포츠 등과 비교했을 때 게임은 장애인이 즐기기에 적합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게임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벤트의 지속적인 해결을 기본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주요 플레이 요소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함으로써 게이머 또는 그가 조작하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퍼즐 게임은 처음에는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다양한 퍼즐을 해결해 온 경험과 여러 번의 반복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퍼즐을 구성하는 규칙에 대한 적응과 반복 수행을 통한 경험을 통해 이용자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스테이지를 정복하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는 실시간 전력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나,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이용자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반복적인 게임을 통해 특정 상황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식을 습득하여 승리를 거두는 경우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게임에 대한 룰을 익히거나 반복에 필요한 횟수가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장애인도 모두 게임을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고, 앞서 설명한 'Space' 박승현 선수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 중에서도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장애 여부가 게임 실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게임은 장애인에게도 높은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적응형 게임장비 [출처 : SO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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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게임 접근성, 현황과 한계
비디오 게임은 특성상 시각, 청각을 활용하고 이용자의 입력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감각과 능력이 있는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콘트롤을 하기 어렵거나 시각, 청각에 제약이 있는 경우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Space 선수와 같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사례도 있다.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그중 하나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보조장비를 개발하여 콘트롤을 용이하게 하는 '적응형 게임 장비' 연구는 꾸준히 있어왔고, 몇몇 제품은 상용화되어 중증 장애를 가진 게이머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적응형 게임 장비'는 연구 개발에 드는 비용에 비해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고가에 판매될 수밖에 없어 실제 보급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게다가 다양한 장애와 게임에 맞춰 적응형 게임 장비도 계속 개발되어야 하는데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여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또한 경증 장애인들은 게임 내 인터페이스를 장애인 친화적으로 개편해 주길 희망한다. 요컨데 색약이 있는 경우, 인터페이스에 적용되는 색상이 일반인에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에게는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경증 지적장애와 같은 경우, 게임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글자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 개발사는 이용자 수가 적은 경증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추가 개발을 할 동기부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던전엔 파이터에 적용된 색약 필터 [출처 : 넥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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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게임 접근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
지난 20일 국민의 힘 강영구 국회의원 주최로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세액 공제 필요성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발제와 토론에 나선 전문가 들은 장애인의 사회성 향상, 재활 등에 게임 콘텐츠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적응형 게임 장비' 개발이나, '인터페이스' 등에 드는 연구, 개발 비용을 경쟁이 치열한 게임 업계가 부담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해 세액 공제 등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은 이후 새로운 게임의 출시 속도가 빨라지고, MMORPG, 방치형 게임, 서브컬쳐, SLG 게임 등으로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게임 개발사는 유행에 맞는 게임 신작을 신속하게 출시해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개발에 중점을 두게 되고, 장애인 게임 접근성 등의 문제를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세액 공제' 만으로 사업자가 장애인 전용 장비와 게임 콘텐츠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책 토론회에서 박현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선임연구원은 '장애인에 대한 편의성 강화는 장애인을 위한 것만은 아님'을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넷플릭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제공한 자막이 일반 이용자들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게임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든 게이머의 편의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세액공제 외에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애인 접근성 표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며 그 결과를 표준화하여 기업에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인용 특수 장비를 활용하여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더 많은 'Space' 박승현 선수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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