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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매경이코노미스트] 친환경 항공유 시장 선점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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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2년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업계의 넷제로 탄소배출을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민간 항공 업계의 탄소배출은 2019년 1Gt(기가톤)으로 세계 산업 총배출량의 약 3%에 달하며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탄소 저감 조치가 적극 실행돼야 한다. 고효율 항공기 도입, 항공기 운영 효율성 극대화, CORSIA(2019년 탄소배출량의 85%를 기준으로 추가 배출된 탄소량을 항공사들이 반드시 보상해야 하는 제도) 실행, 그리고 SAF(친환경 항공유)의 사용이 그것이다. 그중 SAF 사용은 항공사들의 2050 탈탄소 로드맵 기준 총저감량의 50~70%를 차지하는 조치로 SAF 수요 측면의 시장성은 명확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2022년 SAF 세계 총생산량은 25만~35만t으로 같은 해 세계 항공유 소비량의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많은 항공사가 2030년까지 SAF 사용 비중을 1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때까지 SAF 생산량은 최소 1억9000만t은 돼야 한다.

그러나 2023년 11월에 공표된 2030년까지의 전 세계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모두 합해도 전체 생산량은 1억5000만t에 지나지 않아 공급 측면의 시장성 역시 명확하다. 기존 및 증설이 계획된 SAF 생산시설은 주로 북미, 유럽,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항공유 수출 세계 1위를 지켜온 국내 정유 업계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SAF는 다양한 바이오연료 또는 e연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 기반의 합성 연료)에 기반한다. 원료에 따라 차별화된 생산기술이 적용되며, 이들 기술의 탄소 저감 정도, 기술 성숙도, 대량생산 가능성, 경제성 등은 제각각이다. e연료를 기반으로 가장 높은 탄소저감도를 달성할 수 있는 SAF 생산이 가능하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제한적인 현실과 바이오원료 종류별 수급 사정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생산 생태계에 적합한 생산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우선 필요하다.

바이오원료의 종류는 농임업 잔여물, 오일 및 지질, 사탕수수 및 각종 곡류 등 다양하며 이들의 공급은 이들을 원료로 하는 다른 산업의 경쟁적 간섭을 받을 수 있다. 또 양이 늘어날수록 원가 상승과 함께 사회적 식량 체계를 교란할 수 있어 SAF 원료로서 바이오원료의 조달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 및 생활 유기 폐기물(WtS·Waste-to-SAF)'은 SAF 원료 공급 측면의 안정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WtS 생산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달성 가능성, 보조금 지급 여부 및 규모, 단위 폐기물당 생산되는 SAF와 전기 가격 비교 등 국내 시장에서의 경제성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유사들은 기존 생산시설에 어떤 원료와 기술을 적용한 SAF 생산에 주력할지 생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항공사들은 WtS를 포함한 단기 및 중장기적 SAF 구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어디서 어떤 SAF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지에 대한 구매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항공사 허브공항이 위치한 지역별로 SAF 생산의 주원료와 기술 그리고 보조금 규모에 따라 생산원가와 판가는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국내산 SAF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항공 업계의 탈탄소화가 비용 효율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들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SAF의 생산 및 이용을 촉진하는 보조금, 인센티브 등의 제도적 정비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수성 롤랜드버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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