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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前 안보보좌관 “트럼프 ‘북한군 열병식 때 싹 없애버릴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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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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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백악관 회의에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공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새 책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 나의 임무 수행』에서 “군인으로서 가장 도전적인 임무는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복무하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걸프전과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서 활약한 3성 장군 출신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식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며 충동적 행보를 보일 때 백악관 참모들이 지적하기는커녕 “대통령의 직관은 항상 옳다”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나쁜 대우를 받은 사람은 없다” 등의 말로 비위를 맞추기 바빴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백악관 집무실 회의를 ‘아첨 경쟁의 장’이라고 묘사했다.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회의는 아첨 경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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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2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허버트 맥매스터와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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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책에서 “트럼프가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북한군 전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어떤가’ ‘멕시코에서 마약을 그냥 폭격해버리면 어떤가’ 등 엉뚱한 말을 하곤 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새 책은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 후보)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더 나은 총사령관이 될지 고민하는 시의적절한 시점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맥매스터는 트럼프의 외교정책 접근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려준다”며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후임자였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펴낸 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처럼 트럼프 재집권 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미 대선 투표일을 2개월여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 벌어진 혼란과 충돌을 증언하는 책이 나오면서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초인 2017년 2월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돼 다음해 3월 물러난 맥매스터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행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해 트럼프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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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1일 당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는 동안 경청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가운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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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경 곤두서게 한 주제 러시아”



맥매스터는 책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가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트럼프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주제는 러시아였다고 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문제와 대통령직의 정당성을 분리해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트럼프의 ‘약한 자아’와 ‘깊은 불쾌감’이 구별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썼다.

맥매스터는 또 “트럼프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의 친구가 아니고 결코 친구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느꼈다”며 “푸틴은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트럼프를 ‘가지고 놀고’ 모호한 약속으로 그를 조종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도 했다.

맥매스터는 2018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가 트럼프의 미움을 사면서 13개월 만에 국가안보보좌관직에서 해임됐다.

맥매스터는 책에서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주 충돌했다며 “틸러슨과 매티스는 트럼프를 ‘위험’으로 간주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측근 인물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다. 맥매스터는 ‘수석 전략가’로 임명됐던 스티브 배넌을 두고는 “트럼프의 불안감을 이용해 알랑댔던 광대”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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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펴낸 회고록 『전장』 표지






“트럼프 對중국 강경 대응은 올바른 결정”



다만 맥매스터는 트럼프의 일부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 문제인 중국에 대해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본 노선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 수립을 총괄한 맥매스터가 ‘중국이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적 재산을 훔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고 자금이 풍부한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 등의 브리핑을 하자 트럼프가 ‘환상적’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맥매스터는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가 2017년 4월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수십 명을 숨지게 했을 때 트럼프가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명령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했다”고도 했다.

한편 맥매스터는 지난달 22일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온라인 대담에서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브로맨스’ 재점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는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핵무기 몇 개만 갖게 해달라’고 제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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