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특권 누리지 않겠다고 공개적 선언 해야"
"정치개혁 위한 위원회 절실…정당 참여는 배제해야"
"고위공직자들 대형로펌에 들어가 수십억원 챙기기도"
아흔 앞둔 조춘 씨의 송판 격파 퍼포먼스 |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진보의 큰 줄기 중 하나는 부당한 기득권을 없애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법조인, 고위 공무원들이 부당한 기득권을 누린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기득권과 특권을 움켜쥐고 공정과 정의, 민주, 인권을 외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국회의원들은 괴괴한 특권들을 잔뜩 끌어안고는 말끝마다 국민과 민생을 거론한다. 국회의원이 가진 180여가지 특권 중 국민은 1가지라도 누리는 게 없다. 국회의원은 명절 휴가비로 820만원을 받지만, 국민은 추석이나 설날에 정부로부터 10원도 받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급여와 특권을 자기들이 정해놓고는 국민과 언론의 문제지기에 대해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들은 자기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 한다.
법조계와 정부 부처에서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도 대형로펌의 고문, 재벌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가서는 몇 년 만에 수십억 원을 챙기기도 한다. 이에 대해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작가 김홍신은 연합뉴스와의 [삶]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위원회에는 정당 참가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에 대해 [삶] 인터뷰이들이 지적한 내용을 골라 묶은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홍신 작가 |
◇ 김홍신 전 국회의원(소설 '인간시장' 작가)
-- 본인은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국회의원이라고 과시하는 것인데, 국회의원 역할을 하면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 역할을 하지 않고 딴짓하면 국회의원이 아니다. 그러니 배지를 달고 다닐 필요가 없다.
-- 국회의원 세비가 연간 1억5천700만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국회는 국민대표자 회의를 줄인 말이다. 국민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봉사직이다. 세비란 말도 국회의원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은 권위와 명예를 가지면 된다. 그러니 특권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세비도 대폭 줄여야 한다. 공직자의 평균 연봉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22대 국회의원 배지 |
-- 공직자 평균 급여는 중앙부처 과장급 월급을 말하나.
▲ 국회의원 연봉은 중앙부처 과장급 연봉보다 많으면 안 된다. 그 이하가 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명예와 권위는 돈으로 치면 몇억원도 넘는다.
-- 국회의원 특권 폐지운동본부를 이끌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국회의원 월급으로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월 4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 내 말이 그 이야기다. 나도 4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100%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런 특권은 왕조 권력 같은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론 활동과 국민 정보가 활성화됐다. 기록의 보전과 정보화도 잘 돼 있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야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린다. 면책 특권도 없애야 한다. 다만 국정감사 때 정부의 비리를 잡아내거나 예산결산 때의 단상 공개 발언 등 일부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모습 |
-- 국회의원은 왜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공짜로 타고 다니고 공항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하는가.
▲ 내가 국회의원을 할 때는 새마을 열차표는 공짜였다. 비행기 일반석은 의원이 돈을 내고 구입하면 항공사가 비즈니스석으로 올려줬다. 상임위원장 등 높은 분들이 탑승하면 퍼스트 클래스 자리가 비었을 경우 다시 업그레이드 해줬다.
-- 항공사가 의원들에게 좌석 등급을 올려주는 이유는 뭔가
▲ 100% 뇌물이다. 그게 뇌물이 아니라면 일반 국민에게도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들은 마일리지를 쌓아야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KTX나 항공기의 일반석을 타서 시민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는 게 좋다.
-- 의원들은 왜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 이발소, 사우나, 헬스장 등을 공짜로 이용하나. 국회의원 가족들도 의원 회관 내 병원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게 모두 국민 세금이다. 나는 그런 걸 없애려고 의원 시절에 많은 노력을 했다. 국민이 국회의원의 이런 특권들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지금부터 특권을 누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 세비 1억5천700만원이나 받으면서 그런 걸 공짜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치개혁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세비도 조정하고, 중대선거구로 할지 여부 등 정치개혁 문제도 다루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당은 그 위원회에 사람을 파견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특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직장갑질119 윤지영 대표 |
◇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
-- 본인은 직장 내에서 갑질, 성희롱 등을 당한 근로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일해 왔는데, 상대는 대형 로펌이어서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 나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주로 노동 사건을 담당했다. 항상 노동자 편에서 변호했는데, 회사 측 대리인으로는 주로 대형 로펌이 나왔다. 로펌들에는 돈이 제일 중요하다. 그 돈을 많이 주는 고객이 기업들이다. 그러니 대형로펌들은 기업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노동자를 대리하는 대형로펌을 본 적이 없다.
-- 대형 로펌에는 전직 판검사들이 많은가.
▲ 로펌들이 판검사 출신들을 선호한다. 소송에서 '전관예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판검사 출신들은 퇴임 후 곧바로 로펌에 갈 수 없다. 현행 제도가 그걸 막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검사 출신들은 일정 기간 대학교에 있으면서 글이나 논문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글들이 소송에서 대형로펌 쪽에 유리한 자료로 제출된다. 한 현직 대법관은 판사 퇴임 후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로펌에 법률 의견서 63건을 써줬다고 한다. 그 대가로 모두 18억원가량을 받았다고 하니 건당 3천만원인 셈이다.
-- 전직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것도 문제인 듯한데.
▲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고용노동청, 노동위원회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 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일은 자기의 경력을 이용해 정부 기관에 압력을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세청 출신은 국세 조세심판원에 압력을 넣을 수 있고, 고용노동청 출신은 노동 사건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동청에 손을 쓸 수 있다.
-- 대형로펌 변호사들은 약자를 변호한다는 사명감이 없나.
▲ 이미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됐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인권 수호보다는 자격증을 이용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변호사 중에는 "원래 변호사는 의뢰인이 돈 주면 다 일하는 직업"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뇌물 받는 창구라고 하던데.
▲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한마디로 돈을 거두는 행사다. 출판기념회 때 내는 돈에는 한도가 없다. 영수증도 없다. 어떤 의원은 출판기념회 때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갖다 놓기도 했다. 신용카드로 거액의 돈을 내라는 것이다.
-- 출판기념회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거두는 돈의 액수는 어느 정도인가
▲ 의원마다 받는 액수는 다르다. 실세 의원이나 중진의원 출판기념회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몰린다. 어떤 의원은 집안 장롱에서 3억원이 발견됐는데,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장롱에 있는 것만 3억원이라면 실제로 받은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3억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수사당국은 그런 수사를 하지 않는다.
-- 기업체 등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수천만 원이나 수억 원을 제공하는 것인가.
▲ 그 액수는 알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돈의 액수, 제공자들 명단을 조사하는 기관은 없다.
--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금지해야 하나.
▲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받는 후원금의 경우 개인은 500만 원, 단체나 기관은 2천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이제는 책값 이상의 돈을 내고, 받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그건 뇌물이기 때문이다.
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
-- 법조계 특권은 무엇인가.
▲ 전관예우라는 게 있다. 고위직 판사 또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현직에 있는 판사, 검사들이 전관들을 봐준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이며 범죄다.
-- 실제로 전관예우가 많은가.
▲ 대법관, 법원장, 부장판사, 검사장, 부장검사 등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변호사를 개업하면 의뢰인이 몰린다. 이들이 변호하면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불공정 수사, 불공정 재판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러니 재판에서 억울한 판결을 받는 사람이 생긴다. 이들을 사법 피해자라고 한다.
-- 전관예우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나.
▲ 어떤 사람은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생활을 했는데, 5년간 60억 원을 벌었다. 그 후 그는 대법원 원장이 됐다. 어떤 총리 후보자는 대법관 퇴직 후 5개월간의 변호사 생활에서 16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낙마했다. 어떤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생활 22개월 만에 19억 원의 돈을 벌었다.
-- 장관, 검찰총장, 검사장 등을 지낸 사람이 로펌에 취업하거나, 기업체들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 이들 고위직 출신이 유명 로펌의 고문으로 가는 일이 적지 않다. 대부분 연간 4억∼5억 원의 고문료를 받는다. 행정부처,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출신들도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로펌이 이들에게 공짜로 돈을 줄 리 없다. 중요한 정보원이나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미다. 이들이 재벌회사의 사외이사로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같은 메커니즘이다.
-- 대형로펌은 문제가 많은가.
▲ 일부 유명 로펌은 입법, 사법,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각료 후보를 추천해 장관을 만드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이들 로펌은 경제적 약자들보다는 강자를 변호해 약자들에게 사법적 피해를 주는 일이 있다.
-- 이 밖에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 있다면.
▲ 재벌총수나 대기업 등기이사들이 수십억 원, 10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도 문제다. 재벌 자체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는데, 지나치게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본다. 행정부 고위공무원들이나 정치권 출신이 부처 산하 기관의 기관장 등으로 내려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의사 집단, 언론 등도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본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과거 한국의 관료 사회는 어떠했나.
▲ 국정은 관료들의 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관료 사회를 효율적으로 지휘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게 없다. 산업화 시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수직적으로 관료 사회를 통제했다.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해 관료들에게 함께 나서자고 했고, 이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그 결과, 관료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밤낮으로 일했다.
-- 지금 관료들은 열심히 일하나.
▲ 산업화 시기를 지나 민주화 시기가 왔으면 거기에 맞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관료들이 급속히 정치화됐다. 김 대통령이 오랫동안 보스 생활을 했기에 주변 참모나 가신들이 많았고, 이들이 청와대에 들어와 관료 사회를 지휘했다. 이러다 보니 관료 사회의 고위 공무원들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정치화됐다.
-- 관료들이 정치화됐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충실히 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줄을 대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는 의미다. 내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업무 능력은 없는데도 연줄을 댄 사람이 승진하는 공무원들을 직접 봤다. 공직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 공직기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나.
▲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고도로 세련된 지도자가 아니면 공직사회의 자발성을 끌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강이 무너졌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재련 |
◇ 김재련 변호사(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 대리인)
-- 그동안 1천여 건의 성폭력 사건을 대리하면서 얻은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다면.
▲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변호사도, 판사도, 검사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영웅을 쉽게 만드는 것 같다. 자신들이 믿는 영웅은 옳은 행동만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사람의 특정 행위를 훌륭하게 평가할 수는 있지만 그 또한 인간일 뿐이다. 영웅도 인간이기에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하기도 한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받고 책임져야 한다.
-- 성폭력을 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
▲ 특별한 유형은 없다. 정치인, 기관장, 기업 임원, 교수, 사회적 저명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성폭력을 한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성폭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위력 성폭력이라고 한다. 위력 성폭력의 특징은 가해자 존재 자체가 위력이어서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이 사람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은 걷어내는 게 좋다. '그럴 줄 알았다'고 예상됐던 사람은 거의 없다.
-- 변호사로서 실망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실망감이라기보다는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다. 피해가 분명한데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을 때, 어렵게 기소됐는데 죄가 없는 것으로 나올 때는 높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기도 하고, 믿었던 검사나 판사한테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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