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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군, '얼차려 훈련병 사망' 수사자료 고의 파기···조직적 은폐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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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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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주요 자료를 고의로 파기하거나, 핵심 내용을 보고서에서 누락하는 등 고의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밝혔다.

25일 천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육군 12사단의 감찰부는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 5월28일 사망한 훈련병 기수인 24-9기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신병교육대 내에서 인권침해 및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묻는 여러 항목으로 구성됐고, 훈련병들도 상세히 답변했다. 당시 훈련병 234명 중 76명은 ‘신병 교육 및 훈육을 빙자한 얼차려가 있었는지’를 묻는 항목에 ‘있었다’고 답했고, 특히 얼차려 관련 구체적인 서술 답변도 했다는 게 천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천 의원이 확인한 결과, 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사단장에게 보고한 12사단 감찰부는 ‘얼차려’와 관련된 훈련병 답변을 모두 삭제하고 보고했다. 심지어 훈련병들이 작성한 설문조사 답변지 원본은 전량 파기돼 어떤 답변을 했는지 확인이 불가하다. 이에 대해 군 측은 "얼차려와 관련한 사항은 이미 수사기관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본 설문 결과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에 얼차려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군은 피의자 강 모 대위가 담당했던 이전 신병 교육 기수인 23-18기, 24-1기, 24-5기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도 모두 파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이 1년도 지나지 않은 자료를 전량 파기한 것을 두고 강 모 대위의 반인권적 얼차려 강요의 상습성 등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 의원은 “수사와 관련된 주요 자료의 원본이 모두 파기되고 결과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이 삭제돼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동기 훈련병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이는 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스스로 산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유가족들도 피의자 강 대위가 담당했던 이전 신병 교육 기수에서도 반인권적 얼차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 왔는데 이 자료 또한 군의 고의적 폐기로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원회가 12사단 사망사건과 관련된 조사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지시해 한 훈련병을 숨지게 한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강 모 대위와 부중대장 남 모 중위는 지난 16일 첫 공판에서 가혹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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