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대법, 과거양육비 소멸시효 재해석
‘언제든지’→'성년 후 10년’으로
청구기간 넘기지 말아야 권리인정
‘언제든지’→'성년 후 10년’으로
청구기간 넘기지 말아야 권리인정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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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8세 여성 A입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초 첫사랑을 만나 아이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남자 친구 B는 ‘임신 중단과 결별’을 요구하며 떠났습니다. 무척 두려웠지만 배 속에서 꼬물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아이를 내려놓을 수 없어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말로 다할 수 없이 수고로웠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에 비할 수 없었습니다.
속 깊은 아이로 잘 성장해 준 그 아이가 벌써 27세입니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 자기 힘으로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대학 등록금도 장학금에 학자금 대출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했던 아이입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하는 이 시점에서만큼은 B가 아빠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과거 양육비를 받아서 아이의 대출금 일부라도 갚고 싶습니다. 이제라도 B에게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A: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사람 중 40~60대가 가장 높은 비율(약 60%)을 차지한다. 그리고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 평균연령은 43.6세이고 그들은 평균 1.5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중년에겐 이혼도, 한부모로서 자녀 양육 문제도 전 세대 중 가장 가까운 현실이다.
아이를 출산했을 때 혼인 신고를 한 상태든 혼인 외 출산이든, 부모는 자기 자녀에 대해 양육 책임을 진다. 그리고 당연히 비양육자는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므로 A씨처럼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B씨처럼 비양육자가 “임신 중단과 이별”을 통보할 정도로 아이를 원치 않았어도, 비양육자는 자녀에 대한 양육책임이 있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법은 양육자가 비양육자에게 ‘과거에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과거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양육비를 청구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과거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소멸시효)’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7월 이 소멸시효에 대해 무려 23년간 고수했던 입장을 변경하는 매우 중대한 판결을 했다.
연령별 이혼 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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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멸시효’란 무엇일까? 일반적인 채권은 ‘지급을 요구할 권리가 시작된 날로부터 10년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이때 ‘10년’이 바로 소멸시효다. 법이 소멸시효를 보장하는 이유는 ‘법은 권리를 보장해 주지만, 이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는 경우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의무자가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양육비 청구 소멸시효 기간’에 대해 기존의 대법원은 ‘과거에 당사자 간에 양육비 합의가 있었거나 양육비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즉, A씨는 기존에 양육비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존에 양육비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B에게 과거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소멸시효의 문제없이 언제든지 청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대법원은 ‘과거양육비 청구 소멸시효 기간’에 대해 입장을 변경했다.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었던 권리로 보는 대신,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청구가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권리가 소멸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이 입장을 변경한 근거는 뭘까? ‘양육비 책임은 미성년자녀에 대해서만 주어지는 권리이고, 자녀가 성년이 되는 순간 그동안 책임지지 않은 과거양육비 책임 범위가 확정된다. 따라서 책임이 확정되는 시점인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도과(徒過)된다’는 논리다. 즉, ‘과거양육비라는 채권’은 자녀가 성년이 되는 순간 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자녀가 성인이 된 때부터 채권 소멸시효 기간(10년)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A씨의 자녀는 다행히 27세다. 성년(만 19세)이 된 날로부터 10년이 넘지 않았다. A씨는 지금이라도 법원에 가서 ‘과거양육비청구’를 하면 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아울러, B씨에게 부탁한다. A씨로부터 ‘과거양육비 청구’를 받았을 때, ‘이제 와서 왜 돈을 달라느냐’는 적반하장의 태도는 지양했으면 한다. 오히려 양육 책임을 행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적극 협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필자가 미성년 자녀를 둔 가정의 이혼 사건을 진행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요소는 바로 '자녀의 복리'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보호하려는 항목이 ‘양육비’다. 부모의 양육 책임에 대해서, 법이 필요최소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양육비 책임이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비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필요최소의 책임이 양육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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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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