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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송도 화물차 주차장’ 놓고 인천경제청-항만공사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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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 송도 9공구에 주차장 만들자

경제청 “도시계획시설은 절차 필요”

주변 주민들은 소음-분진 민원 제기

5월 1심선 IPA 이겨, 경제청 항소… 타협안-협의 난항, 사태 장기화 예상

동아일보

인천항만공사가 2022년 12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9공구 아암물류2단지에 조성한 화물차 주차장. 1년 8개월째 사용을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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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항만공사(IPA)가 ‘송도 화물차 주차장’ 사용을 놓고 법적 분쟁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IPA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조성한 화물차 주차장은 송도 신항과 남항 등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다. IPA는 “화물차 주차장 사용을 못 하면서 항만 배후단지 활성화가 지연되고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경제청은 “화물차는 밤샘 주차를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도시계획시설로 봐야 한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법 등에서 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송도 10공구에 화물차 주차장 대체 용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IPA는 “남항과 거리가 멀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화물차 주차장 사용 시기는 기약 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 1년 8개월째 문 닫은 ‘항만 지원시설’

IPA는 50억 원을 들여 2022년 12월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2단지(송도 9공구)에 402면 규모(5만 ㎡)의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했다. 이후 IPA는 인천경제청에 화물차 주차장 운영을 위한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소음·분진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있는 데다 특정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려했다. 이후 IPA는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를 2차례 더 냈지만 인천경제청은 모두 반려했다.

결국 IPA는 지난해 9월 가설 건축물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5월 31일 인천지법 행정2부(재판장 호성호)는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 수리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IPA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행정소송은 가설 건축물에 관한 판단으로 화물주차장 사용과는 관계가 없다”며 항소를 한 상태다. IPA 관계자는 “항만 필수지원시설인 화물주차장 운영은 인천항 물동량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아암물류2단지 투자 및 고용 계획이 2026년까지 3012억 원, 1533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 대체 화물차 용지도 활용 못 할 듯

인천경체청은 최근 송도 10공구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 인근 도로 용지를 대체 화물차 주차장 용지로 제안했다. 이 용지는 8만900㎡ 규모로 화물차 402대, 일반 차량 28대를 세울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IPA는 인천경제청이 제안한 새 화물차 주차장 용지와 남항은 20여 ㎞ 떨어져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IPA는 인천 남항 물동량 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아암물류2단지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한 만큼 항만 필수지원시설을 예정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컨테이너 물동량은 42만1052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에 이른다. 국제여객부두 연간 화물차 통행량이 72만8028대에 달해 주차장 사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IPA는 완충 녹지 마련과 차폐 조경 등 약 22만 ㎡ 규모의 항만 용지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해 2027년에 공급하겠다며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송도 입주민들과 인천경체청은 매연, 소음을 비롯해 교통 혼잡 등 주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화물차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송도 6·8공구 입주민들은 “애초 주거시설과 물류단지를 인접하게 도시계획을 설계한 인천시가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IPA, 주민단체, 화물연대, 화물운송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송도 입주민 상당수가 주민협의체 구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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