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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설] 침체 속 가계·국가 빚 3000조, 터널 끝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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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 이미지뱅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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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지방정부 제외)와 가계빚(가계신용)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3,042조 원을 기록해 3,000조 원을 넘어섰다. 경제가 커지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국가·가계 채무는 올해 2분기에만 44조 원 늘어나 올해 1분기 증가폭의 2배를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경기 침체와 감세 기조 속에 2년째 세수 펑크가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 모범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3대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은 최근 5년간 부진한 세수 실적으로 재정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한국 신용등급 유지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세계 최상위권'인 가계빚은 올 2분기에만 13조8,000억 원이 급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 고금리가 주범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부채 증가가 최악의 내수 부진 속에서 이어지고 있어 시원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동기보다 2.9% 감소했다. 9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 내림세다. 2분기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컸다.

내수 부진에 대한 해결책은 확장 재정과 금리 인하인데 가계와 국가의 빚이 둘 다 빠르게 늘고 있어, 꺼내 들기 어렵다. 결국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가계에 비해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정부가 나서 꼭 필요한 공공 인프라 투자나 친환경 투자,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스타트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수요를 늘려야 한다. 또 경기 침체 장기화로 충격이 큰 취약계층과 서민의 안전망 강화와 가계 부채 부담 경감 조치를 통해 내수 활성화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불가피한 국민 고통 증가에 대해 솔직히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이 침체 극복 노력에 동참하도록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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