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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잔혹 도살자? 대담한 명장?…러 급습에 우크라 총사령관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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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패전으로 눈총받은 시르스키, 쿠르츠크 진격으로 찬사

"쿠르스크 점령, 전략적 패배될 수도…역사속 평가 몇주내 결정"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에게 전황을 브리핑하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오른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년반 동안 우크라이나를 유린해 온 러시아에 '본토 점령'이란 한 방을 먹이는 대담한 작전을 성공시킨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재평가될 조짐이 보인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 2월 전임자인 발레리 잘루즈니가 경질되면서 총사령관이 된 시르스키는 개전초 수도 키이우로 쇄도하는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반격의 기틀을 잡은 명장이지만 군 안팎에선 '도살자'로 불리며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아 왔다.

개전 2년째인 작년에 인해전술을 펼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동부전선 최대 격전지였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지역을 끝까지 사수하려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시르스키에 반감을 지닌 군 내부와 정치권 일각은 그런 그를 '완고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며, 무의미한 전술적 이익을 위해 병사들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인물'로 묘사해왔다.

전투수행 등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한 작전통으로 상시 최전선에 머무는 실무적 장군이란 일각의 옹호에도 부정적 인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여기에는 그가 우크라이나 토박이가 아니라 옛 소련 시절인 1965년 현재의 러시아 서부인 블라디미르 지역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고등군사령부학교를 나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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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수미주 국경지대에 방치된 군사장비의 잔해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달 초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주 기습이라는 전쟁 발발후 최대의 작전을 치밀한 설계와 보안유지로 성공시키면서 현지에선 시르스키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개선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지난 6일 쿠르스크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20일 기준으로 1천200㎢가 넘는 면적을 장악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주력이 몰려있는 러시아군은 점령지를 수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성공에 지금껏 시르스키를 비판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던 우크라이나 의회의 마리아나 베주흘라 의원조차 지난주 그를 '우크라이나의 주코프'로 지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게오르기 주코프(1896∼1974)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을 패퇴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명장이다.

다만, 베주흘라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가는 무엇이고 전망은 어떻게 되는가"라면서 "나는 그(시르스키)조차 명확한 답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이다"라며 최종 평가에는 여지를 뒀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이 전술적 승리이자 전략적 패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머릿수와 물량에서 러시아에 크게 밀리면서도 여태 우크라이나군을 지탱해 온 기둥인 숙련병과 서방제 무기가 쿠르스크에서 소모되거나 발이 묶인다면 다른 전선에서 속절없이 밀리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실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주력부대를 뒤로 빼 쿠르스크에 투입하는 대신 동부 전선 등에서 공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앞으로 몇주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세가 판세를 뒤집는 절묘한 한 수일지, 끔찍한 실수일지를 보여줄 것"이라면서 "그 결과는 이번 전쟁을 결정짓는 동시에 역사가 시르스키를 어떻게 기록할지도 결정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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