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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8년차가 아직도 막내”, “팀장인데 일할 팀원 없어” 요즘 대기업 현실 [난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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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20대 비중 줄고 50대 늘어나

채용 제도 변화로 신입사원 규모도 감소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헤럴드경제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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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재계 순위 20위권내 A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신모 씨는 입사 8년차인데도 부서에서 막내입니다. 새로운 신입사원이 와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거나 다른 부서로 가게 된 것이죠. 신 씨는 “동기들도 선배들만 자꾸 늘어난다며 이러다가 회사에서 20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10대 그룹 중 하나인 B사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김모 씨는 최근 늘어난 업무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팀장으로 승진했는데 정작 같이 일할 젊은 직원이 별로 없으면서 일어난 현상인 것이죠. 김 씨는 “내가 신입 때 팀장들은 관리 업무만 충실히 해도 충분했다”며 푸념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20대, 30대 초반 직원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40대 후반 및 50대 직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최근 3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회사 123개사의 임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해당 기업들의 전체 임직원 중 20대 비중은 2021년 23.4%에서 지난해 21.6%로 1.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반면 50세 이상 비중은 같은 기간 20.6%에서 22%로 늘었습니다.

고령화 현상으로 직원 간 연차가 커지면서 여러모로 불편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0대 기업 중 하나인 C사에서 일하는 20대 남모 씨는 “업무하면서 모르는 것이 생길 때 비슷한 또래의 선배에게 질문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데, 부서에 근무하는 선배들은 대체로 연차가 높아 물어볼 때마다 머뭇거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인 D사에서 근무하는 50대 박모 씨는 “신입사원은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젊은 직원이 옛날보다 적다 보니 회사 분위기가 경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원들은 고령화 원인으로 바뀐 채용 제도를 언급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인재를 선발하는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뽑는 수시 채용을 진행하면서 1년에 입사하는 신입사원 규모가 확연히 작아졌다는 것이죠. 실제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중에서 신입 공채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그 외 다른 대기업에서도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B사 김 씨는 “경기가 좋을 때 800명이 넘는 신입사원이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도 고령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기업들이 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경력이 일천한 사람 대신 신사업 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려고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원들은 고령화 현상이 자칫 회사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D사 박 씨는 “연차가 높은 직원들은 경험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지만,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20대 및 30대 직원 비중이 줄어들면서 기업이 어려움을 느낄까 봐 우려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기업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크게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박 대표는 “저출산, 산업 구조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고령화 현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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