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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내 아기 안고 다짐하는 정치인의 참된 길 [초선의원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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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재섭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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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니던 시절, 하버드대 출신인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가 자주 생각난다. 교수님이 하버드대를 다니던 1990년대 어느 날 넬슨 만델라가 하버드대에 초청되었다. 넬슨 만델라가 학교에 방문한다는 소식에 많은 학생들이 그의 연설을 듣고자 모였다. 한참 동안 만델라를 기다리는데 마침내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연설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단상으로 올라가는 모습만 보고도 교수님을 포함한 주변의 젊은 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넬슨 만델라가 무슨 말을 꺼내든지, 만델라가 걸어온 삶 자체가 학생들에게 이미 감동적인 메시지로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의 힘은 이렇듯 그가 걷는 길을 통해 생긴다. 정치적 수사(修辭)의 3요소라 불리는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성), 그리고 에토스(인격)에서 논리보다는 감성이, 감성보다는 화자의 인격이 설득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과 맞닿는다. 권력과 싸웠던 검사 윤석열이 정의를 외치고, 소년공 출신 변호사 이재명이 분배를 이야기할 때 그들의 말에는 울림이 생긴다. 그리고 그 울림은 곧 정치적 힘이 된다.

그래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에토스'를 고민한다. 힘을 만드는 정치인과 정치적 힘만 좇아가는 정치인의 차이는 '에토스'가 있는지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짧은 임기 동안 권력만 좇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모든 정치인은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의무가 정치인에게 있다. 나 또한 '에토스'를 찾는 과정에서 분명하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자각했다.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30대 가장이자 초보 아빠로서의 정체성이다. 막 아이를 낳은 아빠로 겪는 문제들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큰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4월 총선이 끝나고 첫아이가 태어났다. 당장 아내와 살던 집이 좁아졌다. 평수가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알아봤지만, 천정부지 오른 집값에 숨이 막힌다. 아내는 출산과 동시에 학업과 일을 중단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실감한다. 내 또래 맞벌이 부부가 출산과 동시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문제는 훨씬 심각할 것이다. 도봉구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 시간은 매일 3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곧 아빠로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3시간씩 줄어든다는 의미다. 30대 초보 아빠로서 겪는 주거문제, 아내의 경력단절 문제, 육아 시간 부족 문제는 결국 대한민국 청년들의 공통 고민이다. 이 문제들이 모여 초저출산 원인이 된 것이다.

저출산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외치며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4년 6월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저출산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정책은 지금까지 실패했고 앞으로도 낙관하긴 어렵다. 국회의원인 나조차도 대응하기 힘든 저출산 문제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겹친 결과인데 정부 대책은 개별사업, 특히 현금성 지원에 초점을 맞춰온 탓이다.

생각을 달리하면, 30대 초보 아빠가 겪는 현실은 그 자체로 정치적 힘을 갖는다. 저출산 원인을 일상의 삶에서 직접 겪으면서 '저출산 대책'의 문제점을 자연스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2대 국회에서 내가 할 일은 명확해졌다. 제대로 된 저출산 해법을 내놓는 일이다. 나의 에토스는 거기에 있다.
한국일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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