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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주간政談<상>] '썸'만 타다 결국 '코로나'로 무산된 韓-李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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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에 "韓日 더 가까워지길"
정부의 '비공개' 독도 방어 훈련에도 日 정부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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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의 코로나19 확진으로 25일 예정된 여야 대표 회담이 연기됐다. 사진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예방한 모습.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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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무기력한 모습이다.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일 정도로 국민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여야는 금융투자소득세, 연금개혁, 의료 공백,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현안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관해 거짓 선동을 했다며 야당을 비판하는 등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리올림픽 선수단과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당 첫 우승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비공개 독도 방어 훈련에도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하면서 논란이다. 여야 대표 간 만남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불발됐다. 다만 협치의 불씨는 살아 있다. 여야는 대표 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고, 이달 중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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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5일 예정됐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야 당대표 회담이 연기됐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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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빅 이벤트' 발목…불발된 여야 대표 회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만남이 무산됐지?

-맞아.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원래 오는 25일 여야 대표 회담을 하고 민생문제와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었어. 그런데 22일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결국 예정했던 25일 대표 회담은 사실상 무산됐어.

-여야 대표회담을 놓고 이견이 많아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시선도 있었다고.

-사실 여야 대표회담을 두고 실무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진 못했어. 지난 19일 한 대표는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대표회담을 조속히 잡자고 제안했고, 이 대표가 곧바로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지시해 놓은 상태"라며 급물살을 탔지.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같은 날 "25일 오후 3시 국회 본청에서 만난다"고 알렸어. 이후 양당 실무진은 회담 의제 등을 놓고 만나기로 했지. 하지만 실무 협상은 20일에 이어 21일 다시 무산됐거든.

-국회에 있으면서 실무진 회동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싶네.

-여야 대표회담 의제 등을 놓고 실무진이 통화도 제대로 못 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기자들 사이에선 "'썸'(호감) 타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만나고 싶지 않은 건가"라는 말들이 나왔어. 여야 대표회담은 상당한 관심사인데 실무진이 만나지 못한다는 게 마치 이성끼리 '썸'을 타는 것처럼 줄다리기만 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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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쾌유를 기원했다. 당대표 회동에 관해선 "미루지 말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을 추구하는 회담을 바로 하자"고 언급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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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여야 대표회담은 빅 이벤트인데 왜 그렇게 신경전을 벌인 거야?

-실무진이 만나기로 했던 지난 20일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의 회담 생중계 방식 공개 제안하면서 양측이 틀어지기 시작했어.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한 대표가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며 "상당히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지. 한 대표는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닐 것 같다"며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어.

-민주당도 가만있지는 않았다고.

-맞아. 민주당은 채 해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한 대표를 압박했지. 여기에 수사 대상에 '제보 공작' 의혹까지 넣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 이 대표는 "민주당은 '제3자 추천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란 자기주장만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타협안을 모색해 보겠다"며 "그런데 문제는 결국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라며 한 대표가 당내 정치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어.

-양당 대표 회담은 이준석-송영길 대표 회담 이후 3년 1개월 만에 성사됐어. 특히 여야가 탄핵안이나 야당 주도 법안 통과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상임위별 청문회 등으로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22대 국회는 이 때문에 아직 개원식도 못 하는 상황이야. 이처럼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당 대표회담으로 그나마 얽힌 정국을 풀까 하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양측이 회담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는데 결국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확진하면서 순연하게 됐지. 두 사람의 만남이 언제 다시 이뤄질지 그리고 만나기는 할지 전망이 어둡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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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9월 초 방한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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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비공개' 훈련에 조형물 '철거'까지...불안한 건 기분 탓?

-정부의 '비공개' 독도 방어 훈련에도 일본 정부가 유감을 드러냈다고?

-맞아. 우리 군은 지난 21일 독도 방어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어. 방어 훈련은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번 훈련은 지난해 12월 치러진 때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고 해. 해군과 해경 함경은 참여했지만 해병대의 독도 상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과거 정부에서는 독도 방어 훈련을 현 정부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로 진행했어. 해병대 상륙은 물론 공군 전투기까지 동원됐고 사전에 훈련 계획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지.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훈련이 꾸준히 비공개로 이행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이 조치에도 일본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어.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측은 외교 경로를 통해서 우리 측의 동해 영토 수호 훈련에 대해 항의했지만 우리는 이를 일축한 바 있다"고 설명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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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공개 독도 방어 훈련에도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하면서 논란이다.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는 12년간 전시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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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방어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한 이유는 뭐야?

-일본은 과거에도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매번 항의했는데,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고려한 듯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 정부의 담대한(?) 조치에도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은 셈이지. 이는 곧 정부가 독도 방어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한 명분을 상실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일본의 태도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도 독도 방어 훈련은 비공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이 이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해석이 나와. 김 차장은 지난 16일 KBS와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지.

-최근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는 12년간 전시된 독도 조형물이 사라졌다고 해. 기념관 측은 조형물이 낡아서 수장고에 넣어뒀고, 전시 '계기'가 있다면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독도 비공개 훈련에 이어 독도 조형물 철거를 두고 여론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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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 중 탁구 전지희 선로부터 선수단 사인 성화봉을 선물로 받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가 박수를 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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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단·日 고시엔 챙긴 尹…'스포츠는 연결고리?'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파리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단과 가족, 지도자 및 관계자 27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어. 총 메달 32개(금 13, 은 9, 동 10)로 역대 최고 타이 성적을 거둔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어. 윤 대통령은 올림픽 선수단 유니폼 색깔과 맞춘 하늘색 넥타이, 김건희 여사는 하늘색 슈트를 입어 눈길을 끌었어. 윤 대통령은 "선수단 여러분들 덕분에 지난 파리올림픽 기간 내내 정말 행복하고 아주 힘이 났다"며 고마워했어.

-특히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했어. 윤 대통령은 스포츠에 대해 "한 국가 내의 국민들 간에 단결과 평화와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세계인 사이에서도 국가 간에 평화와 단결과 협력과 세계인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길러준다"고 했어. 이어 "인간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인데, 스포츠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어. 실제 여러 운동 종목을 겨루는 올림픽은 국가와 인류 간 화합의 장이기도 하잖아.

-윤 대통령은 일본 고교야구에도 관심을 가졌던데.

-지난 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 국제고가 우승하자, 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하 글을 올렸어. 이 글에는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역시 야구는 위대하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내니까요"라는 내용이 담겼어. 결승전 전날(22일)에도 교토 국제고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렸던 윤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보는 이에게 감동과 희열을 주는 스포츠를 국가 간 외교에도 연결고리로 쓰는 듯한 모양새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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