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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박지연 국회 수어통역사 “가장 많이 쓰는 수어는 尹 대통령-김건희-이재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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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국회 소통관 수어 통역사 인터뷰

“가장 고성 컸던 22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비동의가능죄?’·‘피해간호사?’ 발음도 복병

“가장 기억에 남는 회견은 장혜영 전 의원”

헤럴드경제

박지연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가 지난 10일 국회 강변서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국회의 ‘회(會)’를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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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현재는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님, 이재명 대표님 수어를 가장 많이 써요. 그래서 ‘얼굴 이름’이 만들어졌어요.”

국회 소통관에서 수어 통역사로 근무하는 박지연 씨는 지난 10일 국회 강변서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얼굴 이름’이란 수어로 부르는 이름으로, 주로 인물의 특징 등을 활용해 만든다. 가령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경우, 눈 밑 점을 가리키는 동작과 ‘남자’를 뜻하는 수어를 사용하는 것의 그의 ‘얼굴 이름’ 중 하나다. 박 통역사는 한자 ‘윤(尹)’을 뜻하는 수어와 ‘대통령’을 뜻하는 수어를 합쳐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의 얼굴 이름 또한 ‘대통령의 성 + 대통령’을 이용하거나, 얼굴이나 몸의 움직임의 특성을 포착해 만들어졌다.

“가장 고성 컸던 22대 교섭단체 대표 연설”
헤럴드경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박지연 수여통역사. [국회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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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7년 차인 박 통역사가 어렵고 복잡한 국회 관련 수어 통역을 시작한 것은 수어 통역사 자격증 취득 직후인 2008년 본회의 생방송 통역을 하면서다. 그가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10년 전인 1998년으로, 스무 살이던 당시 교회 봉사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만난 장애인이 농인이었던 게 이유였다. 매일 국회 기자회견이 열리는 국회 소통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22대 총선 격전이 한창이던 올해 4월부터다.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700건이 넘는 기자회견을 수어로 통역했다.

박 통역사는 2008년부터 국회 본회의를 수어 통역하면서, 이달 초 열린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통역도 맡았다. 그는 이번 대표 연설을 “유독 고성이 많이 오갔던 대표연설”로 기억했다. 박 통역사는 “발언자 말씀이 안 들릴 정도로 고성이 심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통역사는 그러면서 ‘고성’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을 땐, ‘박수’보다 ‘고성’을 통역한다고도 했다. 그는 “장내의 분위기를 전달할 때 박수만 통역을 하면 다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베테랑인 박 통역사에게도 국회 소통관 수어 통역 업무는 ‘역대급 난이도’다. 박 통역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송, 연설, 세미나, 행사 등 모든 통역 경험들이 소통관 통역을 위함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다”며 “현안에 대한 깊이가 다르고, 문제 파악부터 해결을 위한 법안 발의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뜬금없이 법안 문구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까지 다 알아야 해서 웬만한 인사청문회와 상임위 회의는 다 본다”며 “그전까지는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지금은 조금 편해졌다”며 웃었다.

‘비동의가능죄?’·‘피해간호사?’ 발음도 복병
헤럴드경제

박지연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가 지난 10일 국회 강변서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국회의 ‘국(國)’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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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내용의 ‘깊이’ 외에 발언자의 ‘발음’ 역시 박 통역사에겐 복병이다. 박 통역사는 “동시통역이다 보니 들으면서 바로바로 이해한 뒤에 수어통역을 하게 되는데, 의원님들도 긴장하시거나 사투리로 인한 모호한 발음으로 웃지 못할 오역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 당시, 회견문을 미리 받지 못한 상황에서 어느 분께서 ‘비동의가능죄’라고 말씀하셔서 통역하면서 ‘이게 무슨 법안이지’ 물음표를 갖고 지문자(수어로 표현할 수 없는 고유명사나 신조어 등을 자음과 모음 수어로 설명하는 것)로 ‘비동의가능죄’라고 쓰고 통역을 시작했다”며 “다른 의원님께서 같은 법안을 말씀하시는데 ‘비동의간음죄’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정확히 수어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 통역사는 이 밖에도 간호법 관련 회견 당시 ‘PA(진료 보조)간호사’를 ‘피해간호사’라고 말한 발언자의 사례를 들며 “‘간호사분이 무슨 피해를 당하셨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통역을 하다가 다른 발언자께서 PA간호사라고 정확히 발음해 주셔서, 그때 정확히 이해하고 PA간호사를 다시 설명했던 통역 경험도 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회견은 장혜영 전 의원”
헤럴드경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박범계·부승찬 민주당 의원. 조 대표 오른쪽이 박지연 수어통역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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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통역사는 또한 이따금 소통관을 찾는 각 당의 대표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등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박 통역사는 “한동훈 대표님은 법무부 장관 시절, 제가 국가 행사 통역사도 맡고 있어 법의 날 기념식 통역을 하며 뵌 적이 있다”며 “그때 먼저 다가오셔서 첫 말씀으로 ‘TV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라며 악수와 인사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께서 얼마 전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소통관에 인사를 오셨을 때 ‘여기서 또 뵈어서 너무 반갑다’고 인사를 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통역사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7월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와 민주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등에서 수어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표님도 실제로 만나보시면 너무 멋지시다. 당 대표님들은 다 미남 미녀로 뽑으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며 “얼마 전 소통관 1층 로비에서 바쁘게 걸어가시는 모습을 뵀었는데 인사를 드렸더니 특유의 미소로 답해주시고 가셨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에 대해선 “대학생 때 대표님이 쓰신 글을 보고 한번 뵙고 싶단 생각에 당시 마포에서 하시던 강연에 신청을 해서 찾아가 실물로 젊으셨을 때 뵌 적이 있다”며 “원내에 들어오신 후에 소통관에서 뵈니 더없이 반가웠고 여전히 멋스러우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통역사는 “허은아 대표님은 정말 너무 예쁘시고 키도 크셔서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을까 궁금했었는데 직접 찾아봤더니 승무원을 하셨다는 걸 보고 ‘역시’라며 감탄했었다”고도 했다.

수많은 정당의 대표들과 의원들, 시민단체와 다양한 사람들의 기자회견을 통역한 박 통역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자회견은 무엇일까. 그는 21대 국회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지낸 장혜영 전 의원의 기자회견이었다고 답했다. 장 전 의원은 2020년 8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통관 기자회견장 수어통역 시행 기자회견’을 열며 소통관 상시 수어 통역의 문을 열었다.

박 통역사는 “원래 소통관에는 수어 통역사가 없었다. 장혜영 의원님께서 ‘수어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하시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소통관 수어통역사 배정을 처음으로 말씀해 주신 분인데 장 의원님의 마지막 기자회견 때가 되어서야 처음 실물을 뵙게 됐다”고 말했다.

박 통역사는 “21대 국회 마지막 날 장 의원님의 마지막 브리핑을 제가 바로 옆에서 통역하는데 발달장애인 동생의 언니이자 영화감독으로서, 장애인인권보장법 통과를 위해 삭발식까지 하셨던 기억까지 스쳐 지나가서 소통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장에서 초면에 의원님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며 “정말 열심히 진심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모습이 제 마음에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고 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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