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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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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담대 받으러 은행 아닌 보험사 가야하나”...기이한 금리 역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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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최대 1.4%P 끌어올릴 때
보험사 금리하단 0.23%P 내려

1금융권 금리, 2금융권 넘어서
인위적 금리인상 시장왜곡 부추겨


매일경제

보험사 아파트 담보 대출 광고 전단지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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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주요 은행들이 7월 이후 2~7차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이 은행보다 낮아지는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보험사는 제2금융권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대출 유형이라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주담대 등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국고채 금리가 약세여서 보험사들은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다 보니,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은행권 주담대 조이기에 따라 금리가 낮아졌고 총부채원리금환환(DSR) 규제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험사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3.65%로 삼성생명 등 7개 주요 생명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인 3.59%를 0.06%포인트 웃돌았다. 또 삼성화재 등 4개 주요 손해보험사 금리하단은 3.19%로 은행권대비 0.46%포인트 낮았다. 은행 금리 하단은 대(對)고객 최저금리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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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제2금융권인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은행보다 높게 유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각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호응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5대 시중은행이 7월 초부터 2달간 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22차례에 달했고, 이 기간 인상된 누적 주담대 금리는 최대 1.4%포인트였다.

반면 보험사들은 금리산정의 기초가 되는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하향 조정해 왔다. 통상 보험사 주담대는 국고채 3년물에 연동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기준 2.905%로 지난달 22일 3.068%대비 한달새 0.163%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생명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3.59~6.83%로 전달 3.82%~6.94%대비 하단은 0.23%포인트, 상단은 0.11%포인트 금리가 하향 조정됐다.

각 보험사들은 주담대 금리 역전현상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되는 정부 규제에 따라 은행권 주담대 수요가 보험사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 수요가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강화 등으로 인해 보험사쪽으로 넘어올 가능성 염두해두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역시 보험사로 대출 차주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현재 은행권의 총부채원리금상한비율(DSR)은 40%로 묶여 있지만, 제2금융권인 보험사는 DSR 50%를 적용받는다. 이 차이는 대출한도를 20% 이상 늘려줄 수 있다. 가령 DSR한도가 10%포인트 높다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는(만기 5년·금리 연4%)를 기준으로 1억 1000만원에서 1억 3000만원으로 약 2000만원가량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도 보험사는 은행대비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다. 정부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수도권 주택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를 1.2%포인트 적용해 차주의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는데, 이는 은행권 주담대에만 적용된다. 제2금융권인 보험사는 수도권과 지방 관계없이 0.7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소득 5000만원 차주가 수도권 주택을 구입할 때 주담대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차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보험사에 대출을 받는다면 지방 주택을 매입할 때와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아 한도가 1300만원 감소하는데 그친다.

올해 은행보다 보험사들은 가계대출이 크게 늘지 않아 대출 여력도 큰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1~7월 누적 26조원 늘어났는데, 보험사는 같은기같 1조 5000억원 가계대출이 줄었다. 1~7월 중 가계대출이 전달대비 늘어난 것도 5월(1000억원) 한차례에 불과하다.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그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자 가계대출 관리 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도 금리 중심의 은행 대응에 경각심을 나타낸 상태다. 최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도 이같은 주문이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 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해 주기를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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