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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두바이 초콜릿 처음 알린 '디저트 문익점'…크리에이터 '젼언니'[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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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출신 크리에이터 '젼언니' 인터뷰

두바이 초콜릿 등 해외 디저트 국내에 알려 인기

16년간 쌓은 연기 내공으로 숏폼 드라마도 제작

"3년간 매일 '1일1영상'…무식하고 우직하게 했다"

뉴시스

크리에이터 젼언니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오피스에서 튜브가이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8.23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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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외 인플루언서가 이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확산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두바이 초콜릿을 국내에 알린 사람도 숏폼 크리에이터다.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1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젼언니(오지연)'가 그 주인공이다.

먹방, 요리,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젼언니를 틱톡 스타로 만들어준 건 디저트 리뷰 영상이다. 홍콩식 화채인 '망고 사고'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디저트를 한 발 앞서 소개해 준다는 뜻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디저트계의 문익점'이다.

국내에서 살 수 없는 제품인 경우 레시피를 찾아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아직 두바이 초콜릿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해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이 제품을 알게 됐다. 하지만 판매 지역이 한정돼 있어 직구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초콜릿에 들어간 초록색 속재료의 정체가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라는 사실을 알게됐고, 직접 만들어 시식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후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젼언니의 레시피를 이용해 두바이 초콜릿 영상을 만들면서 국내에서도 '붐'이 시작됐다. 원래 제품명은 '픽스 초콜릿'이이지만 '두바이 초콜릿'으로 불리게 된 것도 그의 영향이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소개하는 것만으로 유명한건 아니다. 젼언니의 콘텐츠는 희극적이다. 세밀한 인물 묘사와 밝고 능청스런 연기를 통해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팬들은 젼언니가 그려낸 캐릭터의 이야기에 울고 웃는다.

실수 투성이이고 발음도 어눌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젼쪽이, 누구나 한 번 쯤은 봤을법한 한국 아주머니의 모습을 그려낸 '야매 아줌마'가 가장 유명한 부캐다. 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콘텐츠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연기에 진심이다.

사실 젼언니의 연기력은 실전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16년 이상 무대에서 활동해 온 뮤지컬 배우다. 하지만 배우 시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다. "늘 무명이었고, 늘 돈이 없었고, 늘 힘들었고, 늘 고독했다"고 회상했다. "나는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기도 했다.

그랬던 젼언니가 틱톡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반전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분명히 혼자만의 싸움이다. 그런데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든다. 대중에게 굉장히 빠른 시간에 어필할 수 있고 팬들이 탄탄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활동 3년차, 이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젼언니를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오피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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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초콜릿' 리뷰를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젼언니(사진 : 젼언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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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작한 디저트 리뷰, 팬들에게 큰 반응"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튜브가이드 구독자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디저트계의 문익점, 맛있는 걸 만들어보고 또 같이 나눠 먹는 틱톡 크리에이터 젼언니라고 합니다."

-디저트계의 문익점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뜻이죠?

"해외에서 유행하거나 맛있어 보이는 해외 음식을 팬분께 소개하고 있어요. 너무 먹어보고 싶은데, 그 음식이 한국에서는 잘 팔지 않는 것들도 있거든요. 그러면 제가 레시피를 찾아내서 알려드리는 거죠. 그렇게 같이 만들어보고 유행이 시작된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팬들이 지어준 별명입니다."

-원래 뮤지컬 배우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틱톡 크리에이터가 되셨나요?

"사실 뮤지컬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했어요. 너무 열심히요. 사실 공연을 하면서 페이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거의 16년을 했는데 굉장히 많이 힘들었죠. 그런 와중에도 또 어떤 대표님을 만나서 나쁜 일을 겪고 구설수에 오르고 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공황 장애와 우울증이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다 포기하고 싶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틱톡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어요. 봤더니 너무 쉽고 재미있게 자기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인 거에요. 그래서 여기서 짧은 1분 드라마를 만들고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갑자기 좋아해 주시면서 지금의 틱톡 크리에이터 젼언니가 됐습니다."

-틱톡은 처음부터 잘 됐던 건가요?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죠. 처음에는 방법을 모르니까 이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도 사실은 조회수가 20, 50 이렇게 나올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틱톡 내에서 협업하는 크리에이터를 모집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에 협력하면서 나도 같이 커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신청을 했어요. 해시태그 미션이라는게 있었는데 담당자분이 해시태그를 주시면 저만의 방법으로 풀어나가는거죠. 그런 미션을 수행하면서 재미도 있었고 조회수가 많이 올라갔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도 갖게 됐고요."

-디저트를 리뷰하는 콘텐츠도 처음부터 만드셨나요?

"아뇨. 사실은 제가 많은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제 부캐들이 엄청 많은데 1분 짜리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분장하고 메이크업을 바꾸고 하면 한 번 찍을 때 5~6시간이 걸려요. 하루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팬들과 소통하는 영상을 한 번 올리기로 했어요. 내가 맛있게 먹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얘기를 하는거죠. '망고사고'라는 디저트를 만들어서 딱 보여줬는데 팬들이 더 친근하게 좋아해 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틱톡 계정이 3개가 있는데 드라마는 젼토피아 채널에 올리고 젼언니 채널은 팬들과 소통하는 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었어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을 우리나라에 알린 크리에이터로 유명해지셨어요. 두바이 초콜릿은 어떻게 알고 리뷰를 하게 되신 건가요?

"제 틱톡 알고리즘은 모두 푸드 레시피 같은 거에요. 틱톡을 넘기다 보니 너무 예쁜 분이 초콜릿을 너무 맛있게 드시고 있는 거에요. 제가 초콜릿광이거든요. 일단 개인적으로 너무 먹고 싶었어요. 보통은 쉽게 주문할 수 있는데 이건 주문조차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레시피를 한번 찾아보기로 했어요. 2~3개월 동안 검색하면서 헤맸어요. 그러다 초록색을 띄는건 피스타치오, 바삭거리는건 카다이프라는걸 알게 됐어요. 겉은 초콜릿을 밀키하게 만들고 속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를 섞어서 비슷하게 흉내를 내봤죠. 그 레시피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두바이 초콜릿이 잘 팔리고 있는데요.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하신 분으로서 두바이 초콜릿으로 수익을 창출해보자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팬들과 맛있는걸 나눠먹기 위한 목적이었지 이걸로 수익을 얻고자 한게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너도 뭔가를 만들어보라는 얘기도 많이 해줬고, 제안도 진짜 많이 들어왔는데요. 내가 팬들에게 뭘 판다는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팬들이 오히려 '젼언니표 두바이 초콜릿'을 너무 먹고싶어 하는거에요.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이 만족스럽지 않은거죠. 그래서 맛있는걸 만들어서 그분들에게 대접하는게 오히려 더 행복감을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초콜릿을 젼언니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보자는거죠. 그런 생각으로 팬미팅을 열어서 제가 두바이 초콜릿을 100개를 수제로 만들어 (팬들에게) 나눠드린적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많은 분들은 못드시니까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더라도 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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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젼언니의 '부캐'들(사진 : 젼언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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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외로웠지만 이젠 달라…영상 통해 내 행복감 전달하고 싶어"


-얼마 전에 팬미팅을 하셨죠? 첫 팬미팅이었나요?

"얼마전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대전에서 연 팬미팅은 두번째였어요. 첫번째는 자체적으로 연거였고요. 많은 팬들이 이걸 어떻게 나눠먹을 수 있을 까 생각하다 급하게 팬미팅을 하게 됐어요. 사비로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를 얻고 초콜릿을 만들어서 시작했는데, 그날 거의 눈물바다였어요. 저는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늘 보는 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상을 찍거든요. 그런 메시지가 전달됐던 것 같아요. 팬들이 보내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면 '언니를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 '삶을 한발짝 내딛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100명을 뽑는데 그런 친구들이 7500명이나 신청을 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그날 한 분 한 분 다 얼굴을 보면서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앉자마자 울어요. 주어진 (한 사람 당) 1분 30초 를 꽉꽉 채웠던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말 쯤에는 정말 긴 시간을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팬들의 연령대나 성비는 어떻게 되나요?

"원래는 10대가 되게 많았어요. 제가 드라마를 할 때는 어머니와 딸이 같이 보는 경우가 되게 많아서 연령층이 중간대는 별로 없고 이렇게 10대와 40대·50대가 많았어요. 그런데 푸드 카테고리로 바뀌면서 팬사인회때 오신 분들은 20·30대부터 50·60대 분들까지 오셨어요. 그리고 팬들은 대부분 여성이에요.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게 짱입니다."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고 여러가지 부캐를 연기하고 계십니다. '야매 아줌마'나 '젼쪽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제가 할머니 손에 자라서 되게 어리광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관찰하는걸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모르던 고등학교 때 놀이터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가 울면서 형들하고 싸우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관찰했는데요. 발음을 디귿(ㄷ)자로 하더라고요. 그걸 친한 친구들한테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어 하는거에요. 어느날 제가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 말투를 아이에게 넣어봤어요. 젼쪽이가 그렇게 탄생한거죠. 실수 투성이이고 발음도 어눌하고 어떻게 보면 약간 바보 같지만, 우리의 모습처럼 조금 부족해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야매 아줌마는 사실 전국에 있는 모든 아주머니들을 다 카피한 거에요. 시장을 가거나 엄마 친구를 만나거나 할 때 말투나 숨소리까지 관찰하고 집에 와서 적어놓는 편이에요. 이런게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게 틱톡 미션에 의해 야매 아줌마가 됐어요. 제게 주어진 주제가 '모태솔로'라는 해시태그였는데요. 그 때 몸이 굉장히 아파서 얼굴이 너무 부었 있었어요. 이대로 나갈 수 없으니까 사투리를 넣어서, 모태솔로인데도 잘난척하는 아줌마를 한 번 만들어보자. 그렇게 야매 아줌마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야매 아줌마에는 대부분의 엄마의 스토리, 저희 할머니의 스토리가 많이 묻어 있어요."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틱톡은 굉장히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영상 자체에 그 사람이 그대로 드러나요. 그래서 전 최대한 일상 생활의 오지연과 영상을 찍을 때의 오지연의 행복의 강도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영상을 찍을 때와 끝났을 때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제 행복감이 그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 여자가 이렇게 행복해질수 있다는걸 꼭 알려주고 싶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기 생각과 내 모든걸 자유롭게 영상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고, 그 영상이 잘 됐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자기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걸로 인해서 돈도 벌 수 있고 사랑도 받을 수 있죠. 사실 저는 뮤지컬을 16년 동안 해왔지만 늘 무명이었고, 늘 돈이 없었고, 늘 힘들었고, 늘 고독했거든요. 단체에서 같이 있으면서도 외로워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분명 혼자만의 싸움이거든요. 그런데도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대중들에게 굉장히 빠른 시간에 어필을 할 수 있고, 팬들이 탄탄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너무 좋은 직업이에요."

-크리에이터가 갖춰야할 능력이나 자질, 태도는 어떤게 있을까요?

"제가 아직 3년차라 잘은 모르지만 사실 저는 아이디어가 넘치거나 순발력이 빠른 스타일은 아니에요. 늘 노력해야 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고, 남들보다 10배 이상을 고민을 해야만 중간 정도 따라가는 그 정도의 사람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노력을 했어요. 3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1일 1영상을 하고 있거든요. 정말 무식하고 우직하게 흔들림 없이 끝까지 하다보면 언젠가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단시간 내에 내 이름을 알릴 수도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뭔가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 해선 안되는 생각인 것 같아요. 절대 거만해선 안되고 처음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는 우직함이 되게 중요한거 같아요. 이 거품같은 인기속에서 절대 거만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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