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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아주 쓸데있는 금융백과] 산은, 올해 증자만 네 번째···"자본금 다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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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임시주총 열고 1850억 신주 발행

올해에만 2.4조 확충···자본금 26조 넘어

법정 한도의 90% 육박···내년께 여력 바닥

당국 "20조 늘려야"···부산 이전 이슈 우려

아주경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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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올해 네 번째 증자를 단행하면서 올해에만 2조4000억원 가까이 자본을 새로 확충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정책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모두 가동되면 산은의 자본금 여력은 곧 바닥난다. 향후 반도체 패권전쟁 등에서 산은은 중요한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부산 이전 등 정쟁 이슈에 묶여 법정 자본 한도 상향 논의가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29일 올해 세 번째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85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결의했다. 1주당 5000원씩 3700만주를 발행했다. 이번 신주 발행은 혁신성장펀드와 지역활성화투자펀드 조성 지원, 그리고 KDB탄소넷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산은은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와 함께 정책금융 역할 수행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증자 또는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이용한다.

이번 신주 발행으로 산은은 올해에만 총 네 번의 증자를 진행했다. 산은은 지난해 이 세 펀드의 조성을 위해 각각 1000억원, 2400억원, 500억원씩 예산을 배정받았고, 올해 4월과 6월 중 각각 840억원, 1210억원씩 증자를 진행해 총 3900억원의 증자 계획을 마쳤다.

이보다 앞서서 지난 2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2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로써 산은의 자본금은 올해에만 2조3900억원이 늘어나 현재까지 총 26조3166억원에 달했다.

한국산업은행법을 보면 산은의 자본금은 30조원 이내에서 정관을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30조원을 넘어서면 안된다는 얘기인데, 산은의 자본금은 지난 2014년 산은법 개정을 통해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어난 뒤 10년 동안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한도가 멈춰선 동안 산은의 자본금은 정책금융 지원 역할을 위해 계속 늘어났고, 이젠 법정 한도의 턱 끝까지 차오른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5월에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내놨는데, 이 중 산은이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반도체 기업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통상 산은 출자금액의 10배가량 대출 여력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할 땐 단순 계산으로 1조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상응하는 추가 증자가 이뤄질 경우 산은의 자본금은 28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혁신성장펀드 등 앞으로 예정돼 있거나 계획 중인 각종 펀드 등을 고려할 땐 자연스럽게 늘어나 내년 중 법정 자본 한도 30조원을 모두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앞으로의 정책금융 수행을 위해서라도 산은의 자본금 한도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은의 자본금 한도를 늘리려면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초 여야 의원실 보좌진들을 모아다가 산은 자본금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산은 자본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최소 20조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10년여 동안 산은 자본금은 10조원가량이 늘어났는데, 향후 10년으로 보면 반도체 패권전쟁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경쟁과 같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한 곳이 많다"면서 "이미 턱 끝까지 (자본금이) 찬 상황이기에 향후 지원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땐 선제적으로 10조원보다 더 많은 자본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산은법 개정 논의가 부산 이전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여야 구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을 두고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직전 21대 국회에서도 여당 주도로 산은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모두 폐기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산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부산 이전 이슈를 두고 정부와 국회,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박성준 기자 p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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