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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큰딸 이름은 '중국 문학 속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에서 따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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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서재]
윤창륙 법치의학자가 뽑은 한 권
심복의 자전적 수필 '부생육기'

편집자주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한국일보

윤창륙 전 조선대 명예교수가 인생책으로 꼽은 심복의 '부생육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임은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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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 책입니다."

소장한 2만5,000여 권 중에서 단 한 권을 골라 달라고 하자 윤창륙 조선대 명예교수는 중국 작가 심복의 자전적 수필집 '부생육기'를 책꽂이에서 빼들었다.

중국 고전 수필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부생육기'는 1763년 중국 청나라 시절 태어난 선비인 심복이 썼다. 23년을 함께 하다 41세 때 병으로 요절한 아내 운을 향한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이다. 중국의 소설가 임어당(1895~1976)은 운을 두고 '중국 문학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성'이라고 찬탄했다.

아내를 떠나 보낸 심복은 얼마 후 아들까지 잃는다. 그런데도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 격조 높다. 부생(浮生·덧없는 삶) 속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담히 표현했다. 고등학생 시절 이 책을 처음 읽은 윤 명예교수는 "아내과 아들까지 잃은 상실감을 감내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의 비범했던 이야기"에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 출판사별로 다른 4가지 판본의 책을 5권이나 소장하고 있다.

딸을 낳는다면 심복의 아내 이름을 따 운이라 짓기로 일생일대의 결심도 했다. 실제로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그는 큰딸 이름을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의 운(芸)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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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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