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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설] 누구의 '셀프 연임’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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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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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에 임원 연임 심사제도를 개선할 것을 그제 권고했다. 유인촌 장관이 “체육회가 어떻게 괴물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한 뒤 나온 조치다. 내년 초 3연임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 및 산하 회원단체 임원의 임기는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단,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3연임 이상도 가능하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2016년 회장에 선출돼 2021년 재선된 이 회장도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스포츠공정위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직접 선임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대의원총회가 위원 선임 권한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이 회장은 지난해 2년 임기의 위원들을 직접 구성했다. 위원장엔 2017년부터 2년간 본인의 특별보좌역이었던 인물을 앉혔다. 이 회장이 3선 도전에 나설 경우 자신이 뽑은 위원들로부터 임기 연장 여부를 검증받는 셈이 된다. 사실상 ‘셀프 연임’이 된다.

연임 심사기준도 너무 편파적이다. 의장으로서 이사회 소집 권한이 있는 회장에게 이사회 참석률 가점을 준다든지, 비체육분야 포상에까지 가점을 주는 식이다. 재정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등을 평가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는 정관과도 배치된다. 오죽했으면 이 회장이 지난 2월 이사회에서 “3선을 하든 4선을 하든 내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까지 자신했겠나.

‘셀프 연임’은 금융지주나 포스코, KT처럼 주인 없는 민영화 공기업에서 늘 논란이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고 이사회를 참호 삼아 연임을 시도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다. 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연임 제동에 박수가 더 많았던 것도 어떤 이유로든 셀프 연임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민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체육회라고 예외여선 안 된다. 연간 4,2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는 조직을 누구라도 사유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체육회는 문체부의 시정 권고에 조속히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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