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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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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전화 좀 받아”…부천 호텔 화재, 연기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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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큰 불로 인명피해가 난 경기 부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23일 자정 화재조사 요원들이 호텔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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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의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2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사망자 7명 중 남성이 4명, 여성이 3명이었다. 남성 사망자는 20대가 1명, 30대가 2명, 50대가 1명이고, 여성의 경우 2명은 20대, 1명은 40대였다. 1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상자들은 순천향대병원, 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인천길병원, 다니엘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호텔에는 27명이 묵고 있었다. 투숙객 2명은 피신하려고 소방당국이 외부 1층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한명이 먼저 뛰어내린 뒤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뒷 사람은 뒤집혀진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것으로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불이 난 호텔 인근에는 투숙객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가족이나 지인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2명이 호텔에 묵고 있었다는 ㄱ씨는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라며 수십분째 휴대전화를 붙잡고 받지 않는 전화를 걸었다. ㄱ씨는 “친구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것 같고, 아직 1명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신원 확인이 잘 안 된 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어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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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발생한 큰 불로 인명피해가 난 경기 부천 원미구의 한 호텔 벽과 창문에 화재 흔적이 남아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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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8층에서 시작해 호텔 전체로는 번지지 않았으나, 건물 내부에 연기가 가득해 인명피해를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810호 투숙객이 타는 냄새를 이유로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빈 방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상자 대부분은 8층과 9층에 객실 내부와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더욱이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 진압을 더욱 어렵게 했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객실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고 2003년에 완공됐는데, 당시는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호텔 5층에서 머물었던 중국인 서아무개(40대)씨는 “한 남성이 지르는 소리와 화재 경보음을 듣고 대피를 했다“며 “저녁 7시35분께 화재 경보음만 울렸을 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 최아무개(47)씨는 “저녁 8시20분께부터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며 “세 사람이 실려 가는 걸 봤는데 2명은 소방관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이송되기도 했다”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호텔 바로 옆 고시원에 사는 한 목격자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불이 나고 있었고, 한 남자가 ‘살려주세요’라며 크게 외치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호텔에는 평소 인근 병원 진료를 위해 장기 투숙하던 외국인도 있었다. 외국인 환자 에이전시 관계자 ㄴ씨는 “화재 당시 호텔에 수술과 건강검진 등을 앞둔 카자흐스탄 환자 3명과 보호자 1명이 머물고 있었고, 환자 3명은 탈출해 인근 호텔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호텔에 여권과 약, 짐을 다 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호텔이 순천향대병원과 가까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자주 머물던 곳“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상자 가운데 외국인은 없었다.



한편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과 함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에어매트로 피신하려다 발생한 사고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건물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며 “에어매트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 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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