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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영화 '슬픔의 삼각형' 현실판? 시칠리아 요트 침몰 영국 억만장자 린치 시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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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린치, 요트 침몰 후 결국 사망한 듯
25년형 유력했던 재판서 '무죄 판결' 행운
"제2의 인생"... 거물들과 선상 축하 파티
칸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 연상케 해
한국일보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가.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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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던 억만장자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가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요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지 이틀 만이다. 10주 전 승소 가능성이 0.5%로 점쳐졌던 법정 공방에서 이긴 린치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거물들의 선상 파티가 '마지막 항해'가 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침몰한 요트 바이에시안호 수색 결과 발견된 시신 5구 중 린치와 그의 딸 해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날 수습된 시신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19일 발생한 침몰 사고 사망자는 현재까지 6명, 실종자는 1명이다.

가능성 0.5% 확률 뚫고 승소


불과 두 달 반 전만 해도 린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17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5년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했다. 1996년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노미를 창업해 2011년 휴렛패커드(HP)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한 싸움에서 패소하면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송돼 24시간 감시받는 타운하우스에 감금돼 지냈다.

하지만 재판에선 13년 동안의 증거를 모아 기적같이 '자유의 몸'이 됐다. 그동안 쓴 변호사 비용만 3,000만 파운드(약 524억 원)에 달했다.

판결 후 영국으로 돌아온 린치는 자신의 삶을 '두 번째 인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를 자축하기 위해 가족, 친구, 변호사들을 초대한 선상 파티를 계획했다. 56m 길이의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에 조너선 블루머 모건 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과 린치의 변호를 맡았던 유명 글로벌 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크리스토퍼 모빌로 변호사 등이 승선했다. 블루머 부부와 모빌로 부부는 지난 19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인근 해역에서 정박 중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한 바이에시안호 실종자 명단에 린치 부녀와 함께 올라 있다.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린치의 배우자를 포함한 15명은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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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보트가 2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바이에시안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팔레르모=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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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우연 겹친 비극적 사건


공교롭게도 오토노미의 전 재무 부사장이자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았던 스티븐 체임벌린은 요트 침몰보다 이틀 앞선 17일 영국 케임브리지셔주(州) 인근에서 조깅 중 차에 치여 숨졌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정박 중인 배가 침몰하고 재판 후 두 피고가 (각각) 죽을 가능성은 터무니없을 정도"라며 "모든 것이 우연의 집합이지만, 음모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현실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는 온갖 부자와 거물이 승선해 연일 선상 파티를 즐기던 호화 크루즈가 침몰하면서 사회 계급 문제의 민낯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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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칠리아서 호화 요트 침몰… "영국 기술계 거물도 실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923260000268)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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