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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기준금리 내린다는데, 대출금리는 눈 뜨면 올라"…실수요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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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역행 대출금리…2단계 DSR 시행도 앞둬

아파트 거래량 폭증…매수세는 더 커져 '포모 현상'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4.8.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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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분위기 속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택 매매 실수요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고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도 앞두고 있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 3.5%를 유지했다. 금리 인하 시점은 정부 부동산 대책 등의 효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선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선 반영돼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2일 3.239%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때 3.976%까지 올랐으나 0.7%포인트(p) 넘게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일엔 3.101%로 연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시장금리가 내려감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속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오히려 대출금리를 20차례 넘게 인상하고 있다.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5년 주기형) 금리는 이날 기준 3.64~6.04%로 집계됐는데, 지난달 19일 기준으로는 2.84~5.58% 대비 하단은 1%p 가까이 올랐고, 상단은 6%대에 진입했다. 시장금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대출 한도도 더 줄어든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적용되며 스트레스 금리는 0.75%p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1.2%p로 강화 적용된다. 수도권에서 연봉이 50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4200만 원, 연봉 1억 원인 사람의 경우 840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가파르지만, 금리는 오르고 있어 자칫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포모 현상이 불면서다. 가계부채 증가 속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우려를 표한 상황이라 당분간 높아진 금리, 줄어든 대출 한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사실 계약 시기가 집값이 오르기 전인 상황"이라며 "대출이 제대로 안 나오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일반적으로 대출 실행일 한 달 전에 서류를 제출하는데, 계약 당시 금리랑 실행 때 금리랑 지금 엄청나게 차이가 크다. 실행 때 도대체 얼마나 오를지 막막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이달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 등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인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8%)를 적용하는 '경과조치'로 실수요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 시기에 근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이날 기준)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은 8396건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기였던 지난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90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선 3월 이후 거래량이 계속 늘고 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이날 기준) 경기도 내 아파트 거래량은 1만4625건이다. 거래량이 1만 4000건을 넘긴 건 지난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매수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4.8로 전주(103.7)보다 1.1p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클수록 집을 살 사람이 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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