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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SG 선구자는 옛말'···블랙록, 기후 관련 주주제안 대거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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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제안 493건의 ESG 제안 중 20건만 찬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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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던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ESG에 관한 주주제안 중 4%에 대해서만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지지도가 4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할 때 10분의 1 수준도 안되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블랙록의 연례 투자 스튜어드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블랙록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제안한 493건의 환경 및 사회적 제안 중 20건만 지지했다. 전체의 4% 정도만이 지지를 받은 셈이다. 해당 수치는 2021년 47%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7%까지 내려앉았다. 올해는 그보다 더 하락한 셈이다. 스튜어드십은 기관투자가들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사회적 책임 등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지지율 추락은 기후변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블랙록의 ESG 활동이 일부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진보적 가치인 ‘워크(WOKE·깨어있음)’와 관계 깊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다. 동시에 진보주의자 및 기후 운동가들로부터도 “투자자들이 충분히 탈탄소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다만 지배구조에 관한 제안에 대해서는 블랙록의 지지는 증가했는데 “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강력한 이사회를 장려하는 거버넌스 관련 활동은 이런 비판에서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짚었다. 실제 블랙록은 374개의 거버넌스 관련 제안 중 79개(21%)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지난해 11%보다 늘어난 수치다.

기후 운동가들은 블랙록의 변심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환경 비영리단체인 리클레임파이낸스의 라라 쿠벨리에는 “블랙록은 펀드에 투자하고 기후 변화로부터 미래를 보호하고자 하는 저축자와 연금 보유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블랙록 측은 환경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지지가 낮은 이유로 “고객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록의 글로벌 투자책임자인 주드 압델 마제이드는 “올해의 제안 중 상당 수가 지나치게 규범적이고 경제적 실익이 없거나 기업이 이미 관리하고 있는 위험을 해결하라는 요구였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 및 사회적 질문에 대해 행사한 반대표의 61%는 “관련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랙록은 지난 1년간 투자대상 기업이 제안한 결의안 88%를 지지했으며 이중 82%는 임금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가 추천한 이사 후보의 90%도 지지했는데 전년도와 비슷한 수치다. 이사 선임에 반대한 경우는 독립성 부족, 너무 많은 이사회 구성원, 임원 보수에 대한 우려 등을 짚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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