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단독] 소상공인 가입 ‘0건’… 이커머스 지급보증보험, 대기업만 보호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티몬·위메프처럼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업무를 겸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 9곳 중 4곳만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은 전체 판매자가 아닌 특정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판매대금을 보호하는 내용이었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PG 겸영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판매할 경우 정산대금을 못받을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파악하고 이커머스에 직접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 소상공인이나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의 판매대금을 보호하기 위한 지급보증보험을 가입한 이커머스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소상공인은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보험 가입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서울보증보험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판매자에 대한 정산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이커머스는 올해 4곳으로 집계됐다. PG 겸영 이커머스는 위메프, 티몬, 롯데쇼핑, 인터파크커머스,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우아한형제들, 카페24 등 9개사다.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은 이커머스가 판매대금을 판매자에게 정산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보증상품이다. 판매자 보호 보증보험 가입업체 수는 2020년 5개사, 2021년 3개사, 2022년 4개사, 2023년 3개사다. 이들의 평균 보험가입금액은 약 4억8500만원으로, 평균 보험요율은 연 1.430%로 집계됐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가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을 통해 보호한 대상은 모두 대기업 계열 판매자나 글로벌 기업 판매자였다. 서울보증보험은 이커머스와 판매자 간 개별 계약에 근거해 정산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 상품을 가지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 판매자의 경우 티몬·위메프 사태처럼 판매대금이 미정산될 경우를 대비해 이커머스에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요청했고, 이커머스는 이 요청대로 서울보증보험에 지급보증보험을 가입한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이커머스가 가입한 판매대금 지급보증보험에 대해 “대기업 계열, 글로벌 기업 등 이커머스보다 규모·시장 지위가 우월한 판매사들의 개별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가 소상공인 등 불특정 다수 판매자를 위한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없었다. 지급보증보험이 이머커스와 판매자 간 개별 계약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소상공인 역시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판매대금 미정산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증보험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소상공인보다 우위에 있는 이커머스에 비용을 들여 판매대금 지급을 보증해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티몬·위메프와 같은 판매대금 유용을 통한 미정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규모가 큰 기업은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정산대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경우 판매대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판매대금 미정산에 따른 판매자들의 도산 위험을 막기 위해 판매대금의 일정 부분을 예치·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정부의 제도 개선에 따라 향후 불특정 다수 판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산대금의 일정 비율을 가입하는 방식의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급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와 관련해 상품 구조, 가입 의무 대상, 보험가입 금액 산정 기준 등 세부내용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