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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장병문의 경제살롱] OLED 기술도 중국 유출…법이 무섭지 않은 산업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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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전직 직원들, 중국에 OLED 기술 유출 정황 포착

더팩트

LG디스플레이 직원 출신 2명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사진)의 올레드 양산 공정 등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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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장병문 기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2024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차량용과 대형·게이밍 분야에서 가장 밝고, 가장 빠르며, 가장 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83인치 OLED TV 패널'은 휘도(화면 밝기)를 기존 대비 약 42% 향상시켜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최대 휘도 30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하나의 밝기)를 선보였다. 게이밍 OLED는 현존 패널 중 가장 빠른 응답속도(0.03ms)를 자랑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독보적인 기술을 조만간 중국 기업들이 구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LG디스플레이 직원 출신 2명이 중국 경쟁업체에 OLED 기술을 유출한 정황이 국가정보원에 포착됐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이들은 2020~2021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로 이직하면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OLED 양산 공정 등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유출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주력인 OLED 기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액정표시장치)는 중국 기업이 저가 물량공세로 점령한 지 오래됐다. 우리 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 OLED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OLED 시장도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49.7%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합산 점유율은 49%를 차지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합산 점유율이 처음으로 2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 기업의 글로벌 OLED 점유율은 각각 62.3%, 36.6%로 격차가 컸지만 1년 사이 역전이 됐다. 중국기업들이 자국산 OLED를 사용하면서 점유율이 껑충 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기술인데 산업 스파이가 극성인 점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140건에 달한다. 피해액은 33조원이라고 한다.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반도체, 2차전지, 방위산업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도 기술 보안을 위해 2중, 3중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직과 퇴사가 자유로운 만큼 기술 유출을 막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산업 스파이들에게 강력한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은 자국 기술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 기술 유출 행위를 간첩으로 보고 최대 종신형을 선고한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기술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처벌은 산업스파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앞서 기술 유출 사건들의 판결을 보면 집행유예나 2년 실형에 그쳤다. 지난달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최대 형량이 9년에서 12년으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관대한 수준이다.

기술 유출은 기업의 존폐를 넘어 국가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언제까지 산업 스파이들에게 솜방망이만 휘두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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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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