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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마약수사 무마 의혹' 공방…"용산 아니면 누가" vs "사실무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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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백해룡 "갑자기 브리핑 막고 수사 방해"
김찬수 "대통령실 연락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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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과 전 영등포경찰서장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이른바 '용산 개입 의혹'을 두고 상반된 증언을 내놓았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백 경정(앞)이 발언하는 모습./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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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과 전 영등포경찰서장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이른바 '용산 개입 의혹'을 두고 상반된 증언을 내놓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김 전 서장,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비롯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 21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행안위는 28명의 증인을 채택했지만 윤희근 전 경찰청장,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7명은 개인 일정과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백 경정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20일 제가 (수사) 브리핑을 해야하는 이유를 말씀드리니 김찬수 전 서장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브리핑 계획은 서장님과 이미 다 의논됐던 것인데 갑자기 브리핑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팀도 본인(김 전 서장)이 꾸리라 지시했고 모든 수사를 진두지휘해왔다. 그 공을 배신하려면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것이 용산"이라며 "(김 전 서장이)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제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경정은 이어진 오후 질의에서도 "(김 전 서장이) 본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서장은 "제가 영달을 위해 그랬다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백 경정은 '증거인멸 등 방지를 위해 수사 브리핑을 꺼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브리핑은 수사 지휘팀에서 독려, 장려하는 내용이고 김 전 서장도 이 브리핑은 '정성평가'에 들어가니까 해야만 한다고 했었다"이며 "이를 하지 않으면 수사과장으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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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답변하는 조지호 경찰청장(왼쪽). 오른쪽은 고광효 관세청장./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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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전 서장은 용산 대통령실을 언급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서장은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한 적이 있느냐"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브리핑 일정 연기를 놓고도 "수사와 관련된 사실 확인이 부족해서 연기했을 뿐"이라며 "국내 총책 검거 등 좀더 완성도 있는 수사를 한 이후에 하자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김 전 서장은 "위증죄를 물을 수 있다. 대통령실 그 누구하고도 연락한 적이 없느냐"는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 기록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단순히 통화기록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피하지 말고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하라"고 물으니 "연락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백 경정에 전화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조병노 전 서울청 생안부장(경무관)도 "대통령실로부터 수사와 관련된 연락을 전혀 받은 적 없다"며 "인천세관장에게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협조 요청 차원에서 수사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백 경정에게 전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경찰청장에게도 보고했고 브리핑 직원까지 다 마쳤던 것을 갑자기 입장을 바꿔 막는다면 여기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이러니까 많은 국민이 의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부실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조 청장은 "5차례 압수수색과 5차례 현장검증 등이 이뤄졌는데 부실수사라고 보느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부실수사라고 할 수는 없다"며 "영등포 수사팀도 고생을 했고 서울청에서도 계속 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수사를 방해한 적 없다"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자신이 신청한 세관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서 두 차례 반려된 이후 수사 검사 직무배제를 요청한 것을 놓고도 "'공범이 더 있을 수 있다', '이를 색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던, 이 사건을 잘 알고 있었던 담당 검사가 반려해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서울청에 보고한 후 기피신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 외압이라고 하려면 권력을 수호해야 할 사람을 비호하는 등의 의도가 들어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수사 중단 행위가 없었다. 따라서 백 경정의 자가발전과 확증편향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역대급 성과를 거뒀어야 할 마약수사가 사실상 중단되어 있다. 원 수사팀은 축소되거나 해체됐고 한국 총책도 체포하지 못해 해외로 이미 도피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원점에서 수사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지호 경찰청장은 "청장으로서 사건을 분명하게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수사팀원 방모 씨는 '수사에 외압이 있다고 느꼈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직접 어디서 전화를 받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방 씨는 백 경정이 이끄는 수사팀 팀원이자 마약 첩보를 최초로 입수한 당사자다.

민주당은 조 경무관의 징계 과정도 문제삼았다. 김성회 의원은 조 경무관이 자신의 경찰서 서장실에서 감찰을 받은 것을 두고 "감찰관이 김 전 서장에게 요구한 게 '서장실로 출근해달라. 출근하면 저희가 가겠다'고 했다는데 감찰이 무슨 '출장 서비스'냐"라며 "반면 백 경정은 경찰서 조사실에서 감찰을 받았다. 이게 정상적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조 청장은 "좀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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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 증인 출석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전 영등포경찰서장)./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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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청 생안부장이었던 조 경무관에게 전방위적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 경무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관세청과 관계를 언급하며 수사 브리핑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조 경무관은 경찰 입직 전 지난 1995년부터 6년여간 관세청 근무 이력이 있다.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불문 처분만 받았다.

백 경정은 김 전 서장도 지난해 9월 "용산에서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세관 직원들까지 수사팀을 찾아와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전부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자신이 신청한 세관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 반려되자 지난 6월 담당 검사인 서울남부지검 소속 최모 검사 직무배제를 신청했다.

이후 백 경정은 지난달 17일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이 났다. 조지호 당시 서울청장은 지난달 19일 공보 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백 경정에게 경고 조치했다. 백 경정은 이에 반발해 서울경찰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조 경무관과 고 관세청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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