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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교토국제고 고시엔 4강 진출에 또 혐오 발언… "한국어 교가 부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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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SNS서 "교가 멋있다" 칭찬 속
"조선학교 왜 나오냐" 혐오 표현 확산
학교 "아이들 위해 스포츠로 봐 달라"
한국일보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1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전 진출을 확정 짓자 승리의 기쁨에 경기장을 달리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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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4강에 진출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를 향한 혐오 표현이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쏟아지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아이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스포츠는 스포츠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20일 엑스(X)와 틱톡 등 일본 SNS에서 '교토국제고'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틱톡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영상과 함께 "교가가 너무 멋있다", "지금 교가가 완전 이슈다", "4강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교토국제고는 전날 고시엔 8강전에서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을 4 대 0으로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은 오는 21일 열린다.

그러나 민족학교를 혐오하는 표현들도 확산됐다.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고시엔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장내에서 승리 학교 교가를 부르는 것이 관례다. 교토국제고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로 시작한다. 일본 NHK방송이 모든 경기를 중계하기 때문에 교토국제고 학생들이 부르는 한국어 교가는 일본 전역에 전파를 탔다.
한국일보

일본 엑스(X) 이용자들이 19일 X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4강 진출을 비난하는 혐오 글들을 올렸다. 이들은 고시엔 결승전에서 한국어를 듣고 싶지 않다, 일본해를 동해로 부르느냐 등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았다.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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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X 이용자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들어도 좋으니 교토국제고는 떨어지길 바란다. 고시엔 결승전에서 한국어를 듣고 싶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일본해(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명칭)를 일본에서 동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에서는 '조선학교'가 화제 검색어에 올랐는데, 일본 누리꾼들은 "조선학교가 왜 고시엔에 나오느냐"고 조롱했다.

교토국제고는 혐오 발언들이 자칫 학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악성 댓글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했지만 보지 않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어린 학생들의 스포츠인 만큼 정치나 이념이 아닌 스포츠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으로 출발했다. 1958년에는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교토국제중·고교'로 이름을 바꿔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재학생 65%가 일본인이고, 재일동포 3명을 제외한 야구단 선수 대부분 일본인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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