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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거대한 흙탕물 쓸고간 북한 신의주 [위성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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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일대에 발생한 홍수 현장./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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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29일 북한 신의주와 의주군에 내린 큰 비로 집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도로와 철로가 끊기는 등 큰 피해가 났다. 북한은 신의주를 포함해 압록강에 인접한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압록강 하류는 평소에도 폭우가 내리면 강이 범람하는 상습 홍수 취약 지역으로 꼽혀왔다.

위성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20일 평안북도에 내린 폭우로 큰 피해가 난 신의주 지역 홍수의 규모를 인공위성 영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신의주 주변을 흐르는 압록강 면적이 폭우가 내리기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주시 동북쪽의 위화도 일대에선 강이 범람하면서 생긴 거대한 물길이, 시 남쪽에선 농경지 곳곳이 침수된 모습이 위성 카메라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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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 지구관측 위성 센티널-2가 8월 2일 촬영한 북한 신의주 지역 사진. 흙탕물로 변한 압록강 강물이 제방을 넘어 위화도와 농경지 일대를 뒤덮고 흐르고 있다. /ESA 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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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뒤 압록강 면적3배로 불어

위성 사진은 최근 홍수나 산불 같은 대형 재난과 재해 분석에 자주 활용된다. 홍수가 나기 전과 후 찍은 위성 사진에 나타난 변화를 비교하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정확한 피해 위치와 규모를 알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 센티널-2(Sentinel-2)가 홍수가 나기 전과 후 3주 간격으로 신의주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했다. 분석팀은 각각의 위성 사진으로 신의주 주변을 흐르는 압록강의 면적을 추산했다. 강과 호수, 연못처럼 땅 위에 대규모로 고였거나 흐르는 물을 뜻하는 ‘수체(水體)’ 면적 추출은 위성 영상 분석에서 흔히 사용된다. 위성 사진이 포착한 강과 호수 면적을 계산해 홍수나 가뭄이 나기 전과 후 나타난 수량 변화를 탐지하는 기술이다.

분석 결과 폭우가 내리기 전인 7월 13일에 찍은 사진에서 신의주를 끼고 흐르는 압록강 면적은 6.72㎢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우가 내린 뒤인 8월 2일 찍은 위성 사진에선 강 면적이 18.95㎢로, 비가 오기 전인 3주 전보다 면적이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포착된 사진은 폭우가 그치고 며칠 뒤인 8월 초 촬영된 사진이다. 폭우가 한창 쏟아지던 7월 말엔 훨씬 더 넓은 지역이 침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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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분석 결과, 홍수 발생 전 압록강의 면적은 6.72km²이었는데 홍수 이후 18.95km²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ESA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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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2010년과 2016년도 폭우 피해

폭우가 내리기 전과 후 강 주변 광범위한 지역에서 포착된 수체의 면적을 분석하면 홍수 피해 규모와 영향권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실제 위성 사진을 보면 폭우가 내린 뒤 신의주 옆을 지나는 압록강이 흙탕물로 변하고 강 폭도 크게 늘어난 모습이 확인된다. 지난 7월 중순 찍은 위성 사진에서 짙푸른 강물이 유유히 흐르던 것과 비교된다.

강이 범람해 강 곳곳의 제방이 무너진 모습도 확인된다. 폭우가 내린 뒤 찍은 사진에는 위화도를 가로질러 흐르는 총 4㎞에 이르는 거대한 흙탕물 물줄기가 포착됐다. 신의주 서쪽 류초도와 동류초도에선 녹색이 선명하던 경작지는 자취를 감추고 흙탕물이 가로질러 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폭우가 내리기 전에는 없던 물길이다.

이번 분석에선 홍수 피해가 북한 쪽에 집중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불어난 물이 압록강 북쪽으로 범람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북한 쪽으로 넘쳐서 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시는 이번 폭우가 내린 뒤에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물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된 지역도 일부에 머물렀다.

신의주는 여름철 수시로 홍수 피해를 입어왔다. 지난 2010년 8월에도 많은 비가 내려 주택 8000채가 물에 잠기고 농경지 7200정보(7140만㎡)가 침수됐다. 2016년 7월에도 신의주를 포함한 평안북도에 많은 장맛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산사태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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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가 홍수에 취약한 것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압록강 댐에서 방류한 강물이 서해 밀물 시간과 맞물리면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 강 하류지역의 신의주가 홍수의 직격탄을 맞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폭우가 끝난 지 나흘이 지났는데도 하류지역 동류초도와 류초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있다. /ESA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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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 댐과 낮은 지대가 원인

신의주가 이처럼 홍수에 취약한 것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압록강을 따라 태평만·수풍·위원·운봉 등 6개 댐을 짓고 수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댐은 비가 많이 내리면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한다. 댐에서 방류한 강물이 서해 밀물 시간과 맞물리면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 강 하류지역의 신의주가 홍수의 직격탄을 맞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압록강 북쪽의 중국 지역이 북한보다 지대가 높은 것도 홍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둥시는 압록강 강변을 따라 있는 홍수 방지문 45곳과 2.5m 높이의 방벽을 세웠다. 불어난 물이 결국 강 주변으로 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지대가 낮은 북한 쪽으로 넘쳐 흐르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위성 영상을 활용한 수체 탐지는 재난 관리와 자원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홍수 예측과 물 이용 계획, 생태계 보호와 지속 가능한 농업 같은 분야에서 정밀한 ‘물 지도’가 활용된다.

이번에 활용된 센티널-2 위성에는 해상도 10~60m 광학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 적외선 스펙트럼 같은 다양한 빛을 탐지한다. 이번 분석에는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것과 같은 적·녹·청(RGB) 가시광선 영상이 활용됐다. 수체 탐지에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등 다양한 빛이 사용된다. 근적외선이 물이 아닌 다른 물체는 잘 반사하는 성질을 활용해 강과 호수 같은 수체를 탐지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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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가 북한 쪽에 집중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불어난 물이 압록강 북쪽으로 범람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북한 지역 쪽으로 넘쳐서 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ESA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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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으로 미공개 수해 지역도 탐지

최근에는 레이더 위성인 센티널-1도 활용되고 있다. 센티널-1에 달린 합성개구레이더(SAR)는 지상으로 쏜 마이크로파가 물체를 맞고 되돌아오는 신호로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구름이 끼거나 밤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센티널-2와 같은 광학 위성보다 지속적으로 지상을 감시하는데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민간위성회사인 카펠라 스페이스의 SAR위성을 활용해 한반도 내륙의 강과 호수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달 폭우로 북한이 공개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뿐 아니라 황해도와 강원도에서도 호우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어스페이퍼팀은 “위성 영상을 활용하면 북한처럼 직접 현장 조사가 어려운 지역이나 재난 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자연 재난 규모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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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스페이스 조선비즈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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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과학전문기자(kunt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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