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 받은 하마스측 "우리에게 제시된 안 아냐, 필요한 건 실행 방식"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숙소 인근에서 시위중인 인질 가족들.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휴전·인질석방 협상 논의를 놓고 의기투합하며 하마스를 압박하자, 하마스가 반발에 나섰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보복 공격을 공언한 이란의 출구찾기 및 중동 지역내 확전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는 가자 휴전 협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하마스 고위 관리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공을 자신들에게 넘기며 압박을 가한 블링컨 장관을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대변인인 오사마 함단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네타냐후 총리가 최신 휴전안을 받아들였다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 관련, "많은 모호성을 제기한다"면서 "(네타냐후가 수용했다는 제안은) 우리에게 제시된 안도 아니고 우리가 동의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마스는 이미 중재국들에 새로운 휴전 협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가 동의해야 하는 것은 (휴전 및 인질 석방) 실행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함단은 또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는 휴전 협상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해왔다면서 "보안 관련 여건 때문에 신와르와 소통하기 위해 도구들과 장치들이 생겨났는데, 아직 이것들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와 자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 간 회담 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인질 석방 제안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또 연설을 통해 "인질 석방을 성사하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으로 미국이 우리 안보 이익에 대해 보여준 이해에 감사한다"면서 "생존 인질을 최대한 많이 석방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왼쪽) |
이후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이제 하마스가 동일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지난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안을 마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전달했다.
그러나 협상에 불참한 하마스는 지난 18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고 네타냐후가 자꾸 조건을 추가해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중재안에 대한 거부 의사와 함께 그 책임을 이스라엘에 넘겼다.
도하 협상이 결론 없이 마무리된 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했고, 미국의 새 제안을 놓고 협상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측의 새 제안에 네타냐후가 동의했지만, 하마스 측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협상 재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새 중재안에 따라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모두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며 "그다음 단계로 하마스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또 회동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휴전 협상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을 밝혔다고 블링컨 장관은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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