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내달까지 2조원이 넘는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새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위험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보험사 회사채 발행 추이. /오귀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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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화재는 4000억원(최대 6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모집하는 수요예측에서 5930억원의 주문을 받아 증액분까진 채우지 못했다. 잔여 분은 추가 청약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만기지만 5년 뒤부터 조기상환권 행사가 가능해 사실상 만기 5년 채권이다. 매리츠화재 신용등급은 ‘AA0′. 발행 금리 희망 범위로 3.90~4.50%를 제시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4.5%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5개 보험사가 내달까지 최대 2조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화손해보험(AA-)도 오는 22일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나선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3500억원까지 발행할 예정이다.
KDB생명보험(A+)과 흥국화재(A0)도 각각 최대 2000억원, 3000억원 등의 후순위채를 조달한다. 한화생명보험(AA-)은 영구채(신종자본증권)로 최대 6000억원을 발행한다. ABL생명과 동양생명, 코리안리 등도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 비수기에도 자금 조달에 서두르는 이유는 건전성 개선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올해부터 새 지급여력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킥스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통상 7~8월은 채권 발행 비수기로 여겨진다. 채권 시장 ‘큰 손’인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연초에 집중될 뿐만 아니라, 실무 담당자들이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 인하가 ‘시기와 정도의 문제’로 바뀐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싶진 않지만, 금융당국이 건전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현재 킥스 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당국의 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 등의 적기시정조치를 단계적으로 받고 최악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
5개 회사 모두 후순위채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통한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후순위채나 영구채 모두 발행사가 돈을 빌린 개념이지만, 회계상으론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킥스 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중 킥스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KDB생명이다. 지난해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117.54로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분기와 반기 보고서에도 킥스 비율을 공시하지 않았다. 1분기 기준 한화생명보험의 킥스 비율만 176이고, 나머지 3개사(메리츠화재·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 의 경우 200을 넘어 안정권이다.
금리 인하를 앞둔 만큼 보험사들의 마음은 더 급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 킥스 비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미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의 현재 가치가 더 높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부채의 평가액도 커진다.
한 채권 업계 관계자는 “급하게 조달하려는 상황이 아닌 곳들은 지난 4월 총선 이전에 발행을 마무리한 분위기”라며 “보험사는 금리가 내려가면 킥스 비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필요한 곳들은) 9월과 12월 결산에 맞춰 서둘러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고채 금리와 더불어 회사채 금리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날 기준 ‘AA-’ 회사채 금리(무보증 3년)는 3.424%로 연중 최저치(3.271%)보다 0.15%포인트(P)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중 최고치(4.141%)와 비교하면 0.87%포인트(P) 가까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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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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