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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자칼럼]‘AGAIN 1988’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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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17일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남긴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리며 2036년 올림픽 서울 유치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불을 붙였다.

다시 서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48년 만이라는 역사성과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달라진 시대정신만큼이나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하며, 비용과 자원 투입은 합리적 효용성을 갖춰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오버투어리즘 등을 견딜 명분 등도 제시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은 폐휴대전화 등에서 추출된 금속으로 메달을 제작하는 데 그쳤지만 파리는 경기장·건축물 건설까지 지양했다. 미완으로 끝났으나 ‘에어컨 없는 여름나기’도 시도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탄소배출은 70% 이상이 선수단·관람객 등의 이동에서 발생한다. 이에 특정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올림픽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때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야 할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보름여 짧은 기간의 이 거대한 이벤트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다. 핵심은 불필요한 이동과 소비의 최소화가 될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 유치전은 서울 시민과 서울을 찾거나 지켜볼 세계 시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2028 올림픽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파리에서 깃발을 이어받자마자 ‘차 없는 올림픽’을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도시’ LA는 수년간의 노력에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10%에 불과한 자가용 편중 체계로 유명하다. 상업·일자리 기능이 집약된 도심, 여기서 멀리 떨어진 교외의 대규모 주택 주거지는 중산층의 쾌적한 삶을 상징하는 도시 설계였다. 결과적으로 차 중심의 교통망, 연간 90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보내는 비효율로 이어졌으나 이마저도 성장의 시대를 상징하는 생활 방식이었다.

그런 도시에서 차 없는 축제란 교통의 전환으로 그치지 않는다. 캐런 배스 LA시장이 “LA 올림픽의 핵심 요소는 대중교통”이라며 “더 푸른 LA를 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저성장과 기후위기로 모든 도시의 과제가 된 탄소감축과 직주근접 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서울 올림픽은 어떤 전환의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한국의 경제력, 서울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국가주의적 접근은 유효하지 않다. 또 개·폐회식뿐 아니라 경기 운영에도 다양성을 관철한 파리보다 더 나아간 문화적 포용성은 있는가.

특히 올여름 서울은 열대야가 한 달간 지속되며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 연속 기록을 써가고 있다. 비영리단체 카본플랜에 따르면 서울은 2050년 온열지수 평균값이 32도를 넘어 하계올림픽을 열지 못할 수도 있는 도시에 포함된다. 이 전망은 더 빨리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피상적인 탄소배출 대책은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 경기의 감동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의 순간과 그 여정에서 온다.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과 개최 도시의 책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대응하는 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서울은 답을 가지고 있는가.

경향신문

김보미 전국사회부 차장


김보미 전국사회부 차장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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