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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전세계서 불타는 전기차…정부·제조사 느슨한 관리 강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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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났던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지난 8일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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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쇳말: 리튬전지



리튬전지는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금속인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다.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 노트북, 블루투스 이어폰, 보조배터리, 청소기 등 우리가 매일 쓰는 제품 속에 리튬전지가 들어간다. 하도 쓰임새가 많다 보니 전지 원료인 리튬은 ‘하얀 석유’ ‘백색 황금’이라고 불린다. 리튬전지는 재사용 여부에 따라 1차 금속전지, 2차 이온전지로 나뉜다. 리튬이라는 금속이 들어간 1차 전지는 재사용할 수 없는 대신 충전하지 않고 5~10년간 쓸 수 있다. 2차 전지는 금속 대신 화학적으로 안정된 리튬 혼합물을 사용하는데, 가볍고 재충전이 가능하다. 1차 전지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지만, 상업용 2차 전지는 1991년 일본기업 소니에 의해 최초로 개발됐다. 2000년대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국내에선 2010년쯤 삼성전자 휴대폰 갤럭시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비교적 첨단 장비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움베르투 델가도 국제공항 인근 렌터카 주차장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차량 200대가 전소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포르투갈 헤지덴트’ 등 현지 매체는 주차돼 있던 테슬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1일 인천 청라지구 벤츠 전기차, 17일 경기도 용인 테슬라 화재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하도록 권고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술로 과충전에 따른 화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공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화학회 회장을 지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과 명예교수의 도움과 자료 조사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 이차전지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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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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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왜 발생하는가?





전기차 배터리로 쓰이는 리튬 2차 전지는 양극(+)과 음극(-), 두 극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이동을 돕는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충전 때는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방전 때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시키며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과충전이나 과방전 상태일 때 불안정성이 커진다. 리튬전지는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불꽃이 튀는 쇼트(Short circuit) 현상이 일어나는데, 순식간에 온도가 1000℃ 이상 치솟는 열폭주로 이어져 전지가 폭발한다. 또 2차 전지는 열·수분·외부 충격 등에 취약한데, 전기차는 울퉁불퉁한 길을 다니고 부딪치기도 쉽다. 관리를 안 하면 먼지도 쉽게 끼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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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기차에 난 불은 물로 끌 수 있지 않나?





전기차 전지는 차체 밑 깊숙한 곳, 금속이나 플라스틱 박스 속에 밀폐돼 있다. 외부에서 소화기로 물을 뿌려도 끌 수가 없다. 연기가 나거나 불꽃이 튀기 시작하면 가능한 빨리 아무도 없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로 쓰는 건전기 크기가 AA, AAA인데, 전기차 전지 크기는 D(길이 58.0㎜, 지름 33.0㎜) 정도 된다. 그런 전지 수백개가 쌓여있다. 전지 하나가 터지면 옆에 전지들도 연속해 터지는데, 이것도 열폭주라고 부른다. 대치역 사고 땐 열폭주가 일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 사이 사람들이 전지를 빠르게 옮겨 수조에 집어넣어 불을 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가 운전석과 분리돼 있다 보니 주행 중 불이 나도 운전자가 단시간에 화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기차 제조사에서 운전자가 화재 상황을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으로 전지 구조를 변경하면 큰 화재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도 위험한가?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문제는 정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났을 땐 현재는 대책이 없다. 일단 소방차 같은 소화 장비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 또 전기차 화재 가장 큰 특징이 증기 같은 기체 상태의 화학물질인 흄(fume)이 나오는 건데, 일반 화재 시의 연기하곤 다르다. 독성이 굉장히 강해 밀폐된 지하주차장 특성상 더욱 위험하다.





전기차 충전율 90% 제한 대책, 실효성 있나?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를 보면, 독일 콜름바흐시와 레온베르크시는 2021년 지하주차장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차를 금지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9일 서울시가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가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완충률은 화재 원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전문가가 많다. 2차 전지 화재가 나는 경우는 크게 2가지다. 처음 전지를 만들 때부터 분리막이 훼손된 전지 결함, 외부 충격에 의해 분리막이 찢어지는 손상이다. 모두 2차 전지 제품의 완충률과는 상관 없이 화재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충전율 규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또한 2차 전지 배터리엔 관리시스템(BMS)이 장착돼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자동 차단해준다. 이 시스템으로 전기차 대부분은 충전률이 이미 90∼95%로 설정돼 있다. 검증되지 않은 화재 예방법이 오히려 전기차주의 불편과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오히려 전기차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시로 시장에서 불시 검문으로 식품의 안전성을 감시하는 반면, 공산품 관리는 굉장히 느슨하다. 전기차 충전 설비나 충전기는 산업부나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차장뿐 아니라 전자기기를 통째로 그냥 버리면 쓰레기 매립장에서도 폭발 사고, 화재 위험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전기차도 제조회사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위험한 리튬전지를 대체할 안전한 대안 기술은 없을까?





2차 전지의 경우, 전류나 전압, 온도를 센서로 측정하고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차단해주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화재 위험을 줄이지만, 한계가 있다. 2차 전지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리튬 이온 전고체 전지다. 리튬 이온 전지는 안에 전해질 액체가 들어있는데, 그걸 다 고체로 만들어 액체의 폭발 위험성을 줄이면 전기차 화재가 없어질 거라는 예측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기술 개발은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재를 너무 가볍게 대안으로 말하지만, 있는 기술을 더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리고 배우는 게 필요하다. 전기차 차주에게 필수 안전 교육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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