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충지 '필라델피·넷자림회랑' 통제 이견 여전
이 폭격에 가자 주민 29명 숨져… 유가족 절규
이, 레바논 남부도 공습... 시리아인 10명 사망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래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아홉 번째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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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지난해 10월 개전 이래 아홉 번째 방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협상이 "'엔드게임'(최종 단계)에 도달했다"며 휴전안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당사자들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블링컨 장관의 자국 방문 당일에도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열 살배기 다섯 쌍둥이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극까지 빚어졌다.
"갈등이 지역 삼키기 전에 휴전 마무리해야"
이스라엘인들이 지난 17일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자국민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열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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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찾은 블링컨 장관은 19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난다. 이튿날에는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해 21일로 예정된 후속 협상을 이어 갈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휴전 성사' 의지는 강력하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내에서 반전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중동 지역의 확전 여부도 이번 협상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가자 전쟁 휴전이 이뤄질 경우, 지난달 31일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하마스 정치국장 암살' 사건과 관련한 대(對)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협상이 전환점을 돌았다"며 "갈등이 (중동) 지역을 삼키기 전에 휴전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후 가자지구 통제 두고 평행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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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첨예한 대립이 여전하다. 쟁점은 전후 가자지구 '필라델피 회랑'과 '넷자림 회랑' 통제권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 남단 이집트 국경을 따라 형성된 도로이고, 넷자림 회랑은 가자 중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다. 이스라엘은 두 도로 점령이 자국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하마스는 '이집트 접근이 차단되고 가자지구도 분단될 것'이라며 반발한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가 중재자들의 (휴전) 노력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블링컨 장관의 방문 직전 내각 회의에서 "(협상 타결) 압박은 이스라엘 정부가 아니라 하마스에 가해져야 한다"며 "우리가 결정한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맞받았다.
"아이들 폭사가 이스라엘에 안보 가져다 주나"
팔레스타인인들이 18일 가자지구 중부 도시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가족을 애도하며 통곡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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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살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AP는 현지 통신원 등을 인용해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 전역에서 2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부 도시 데이르알발라의 한 가정집에 폭탄이 날아들어 성인 여성 한 명과 어린이 6명이 숨졌는데, 알아크사 병원 관계자는 "18개월 유아 한 명과 10세 다섯 쌍둥이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생존한 할아버지는 "아이 여섯 명이 조각 난 시신이 됐다. 이것이 이스라엘에 안보를 가져다 주는 일이냐"며 절규했다고 AP는 전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레바논 남부 나타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리아인 노동자와 가족 등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미사일 55발을 발사하며 보복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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