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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압도적 승리’ 이재명 대선 가도 본격화…전망과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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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기간 ‘먹사니즘’ 앞세워 집권 청사진 제시

실용주의 행보로 중도층 외연 확장 주력 전망

사법리스크·일극 체제 비판은 풀어야 할 숙제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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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8·18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압승하며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명실상부 야권 최대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상징인 ‘먹사니즘’을 전면에 내세워 사실상 집권 청사진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대선 궤도에 오른 이 대표는 향후 약점으로 지적돼온 중도층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와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방치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문제는 결국 경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 출마 회견에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말한 뒤 전국 순회경선 연설마다 이를 주요 키워드로 강조해왔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적 행보에는 차기 대선의 키를 쥔 중도층을 붙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2기 체제’는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념이 아닌 민생 정책으로 중도 표심을 공략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한 이유로도 중도층 확보 실패가 꼽혀 왔다.

이 대표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삶을 보살피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표 회담을 각각 제안한 배경에도 ‘민생 회복’을 매개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우선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민주당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 정책을 두고 “무조건 수호하자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이날 전당대회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상속세 세율 인하는 반대한다”면서도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선 안 된다”고 완화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집 한 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가족이 사망해 세금 문제 때문에 쫓겨나야 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면서 “배우자 공제, 일괄 공제 액수를 올리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이 대표는 나아가 “어려운 민생문제, 그중에서도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하자”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처리를 강조했다.

사법리스크는 ‘이재명 2기 체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당장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다음 달 6일, 위증 교사 사건은 다음 달 30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르면 10월에 2건의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이에 더해 대장동 등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중이고,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도 다음달 시작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유죄로 판결되면 그 사실 자체가 주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2기 체제’에선 검찰에 대한 공세가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완전 분리 등 검찰개혁 추진이 가속화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검사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

이날 확인된 압도적 표심은 이 대표에게 강력한 리더십의 기반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극 체제 논란을 극복하는지가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 기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제왕적 1인 정당’ 비판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다만 이 대표 주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살짝 미끄러지는 순간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돼 있다”며 “압도적인 지지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낙선한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날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종식과 개헌, 정권교체를 위해 이 대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호위를 받으며 ‘개혁의 딸’의 섬에 갇히면 정권 탈환의 기회는 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불의와 국민 삶을 짓누르는 저 큰 민생의 고통 앞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는 천지간의 먼지에 불과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다만 ‘지명직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직 인선에서 계파 안배를 고려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당원 중심 정당으로 확고하게 전환됐기 때문에 계파가 큰 의미가 있기 어렵다”며 “되도록 역량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일극 체제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대선 1년 전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규정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인데, 이 대표는 조금이라도 오해를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깔끔한 대선 출마를 위해 선거일 1년 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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