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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세대 차등 연금개혁안, MZ ‘환영’ 50대 ‘떨떠름’… 접점 미지수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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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형평성 제고 카드 꺼낸 대통령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더 내는 구조

8월 발표 예정 개혁안에 담길 듯

대통령실선 “고갈 시점 30년 늦춰”

MZ “연금 받을 수 있단 확신 줘야”

50대 “연금 재정 안정 위해 개혁을”

서로 입장 달라 갈등은 계속될 듯

‘출산 크레디트’ 첫째 아이까지 확대

‘군복무 크레디트’ 전기간 적용 검토

대통령실이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연금 수급 개시가 임박한 세대에 사실상 보험료를 더 걷겠다’는 것이라서 또다른 세대갈등이 예고된다. 구체안 마련부터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일보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를 한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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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주효하게 논의되지 않은 안이다. 지난해 10월 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발표 당시 ‘국민의견’으로 “청년세대는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 요구, 보험료율 인상 시 연령별로 단계적 인상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명시된 정도다. 당시 청년세대는 “납부한 보험료가 기성세대의 연금 지급에 사용돼 내기만 하고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소한 내는 만큼 받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수급 개시가 임박한 연령대 가입자에겐 더 높은 보험료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 등이 언급됐지만 구체적으로 세대를 어떤 식으로 구분할지, 보험료율 차등을 얼만큼 둘지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오히려 선진국과 비교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관계,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성 등이 주 논의대상이었다. 당시 세대별 보험료를 달리하자는 논의는 여기까지였기에 대통령실이 꺼내든 연금개혁 방안은 뜻밖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정부 개혁안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보험료 인상률을 똑같이 적용하는 현 상황과 달리 나이 든 세대일수록 상당 기간 보험료를 더 내는 차등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하기로 했을 때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청년층은 매년 0.5%포인트씩 올려 목표로 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둘째 자녀 출산부터 여성 가입 기간을 가산해 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를 첫째 아이 출산 때부터로 확대 적용하고, ‘군 복무 크레디트’를 현재의 6개월에서 복무 기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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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질 경우 기금의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고,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던 내용과도 너무 동떨어져 자칫 정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는 올해 5월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연금개혁과 관련해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안 합의 눈앞까지 갔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은 13%로 인상하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2%에서 43% 혹은 45%로 올리자고 공방을 벌이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 결국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국민 의견을 반영한다며 시민 500명을 모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도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은 부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정부안 발표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도 연금개혁 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착수하자고 야당에 재차 촉구했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21대 국회 때 연금개혁안을 졸속 처리하려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정부안을 보고 논의 구조를 짜겠다’는 것은 연금개혁마저 정쟁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8월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구성되도록 조건 없이 논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에서조차 논의되지 않았던 세대 간 차등 보험료를 발표하는 것은 앞으로 논의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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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서울 서초구 중앙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년층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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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논의해 볼 만한 사안”이라는 반응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청년들이 ‘왜 우리는 많이 내고 적게 받냐’며 공평성 문제를 제기하는데, 연금개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석 교수 말대로 MZ(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세대는 이를 반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통계연구소가 국민연금공단 용역으로 수행한 설문 결과에서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20대와 30대는 ‘장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높이기 위해’라는 답변이 각각 38.3%, 37.8%로 가장 높게 나왔다. 50대는 개혁 이유 1위로 ‘향후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40.6%)를 꼽았는데 20대는 같은 답변이 28.2%로 최하위였다. 세대별로 연금 개혁의 공감대가 다른 셈이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월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신연금을 도입해 구연금과 분리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개혁안 마련에 KDI 제안을 일부 참고했을 수 있다. 연구진은 현 제도의 문제가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데서 기인한다고 짚었다. 이는 가입자가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 운용수익의 합보다 크다는 의미다. 신·구연금을 분리 운용해야 신연금에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미래 세대의 불안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영·조희연·박지원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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