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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자24시] 당국, 삼성바이오 항소 신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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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분식회계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 처분이 법원에서 전부 취소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11월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뒤 꼬박 6년이 걸린 1심 선고다. "적법한 회계 처리였다"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은 이번 판결로 힘을 얻게 된 반면 금융당국은 '무리한 제재'를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징계 처분을 유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거론한 징계 사유들에 대해 법원은 재량권 내에서 허용되는 회계 처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지배회사로 변경한 2015년 회계 처리는 일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지만 대세를 뒤집을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적법'과 '분식' 사이에서 처음부터 갈팡질팡했던 금융당국으로선 예정된 패배인지도 모른다. 참여연대가 2016년 말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 금융감독원은 수차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추가 조사를 실시했고 결론도 '분식회계'로 180도 달라졌다. 정부 발표를 믿었던 선의의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싹을 틔우던 바이오산업은 일관성 없는 기준 탓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역시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데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검사 시절 수사팀을 이끌며 이 회장을 직접 기소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도 더 이상의 법정 공방은 헛되다고 여기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금융당국은 이번 판결에 대해 불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항소를 강행한다면 6년간의 재판 끝에 도달한 결론을 뒤로하고 양측은 또다시 지난한 다툼을 반복해야 한다. 오락가락 잣대로 시작된 소송전 때문에 삼성은 여전히 '적법'과 '분식' 사이에 갇혀 있다. 그로 인해 국가대표 기업 삼성의 경쟁력 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항소가 필요한 이유다.

[강민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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