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을 고민하는 양육자들을 위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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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성은 인간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문제다. 몇 차례의 강의가 아니라 학교와 가정 내 일상에서 성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주간경향은 ‘가정에서의 성교육을 고민하는 양육자들을 위한 Q&A’를 준비했다. 실제 양육자들에게서 나온 질문에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다양한 성교육을 제공하는 ‘성문화연구소 라라’의 노하연 대표가 답변했다. ‘성문화연구소 라라’는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Q: 초등학생인 아들이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자꾸 물어봅니다. 얼마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할까요.
A: 많은 양육자가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면 생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에게는 이 대답이 다소 모호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의 몸 안에는 정자라는 작은 세포가 있고, 여자의 몸 안에는 난자라는 작은 세포가 있어.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질에 들어가서 정자가 안전하게 난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 이 과정을 성관계라고 해. 때로는 성관계가 아닌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통해 난자와 정자를 만나게 해줄 수도 있단다”라고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답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양육자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이런 얘기는 물어보면 안 되는구나’ 생각해 더는 질문을 않게 되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려 할 수 있습니다.
Q: 성관계에 대해 알려주니 아이가 “그럼 나도 해도 돼? 나도 해보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때 성적 행위에 대해 단순히 해도 된다거나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더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관계는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충분히 자라고 성숙해져야 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중요해. 지금은 네가 몸과 마음이 자라고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줘”라고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에 대한 주제를 금기시하거나 막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해 건강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Q: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몇 살 때부터 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꼭 해야 할 얘기들은 무엇인지 연령대별로 알려주세요.
A: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성교육을 만 5세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성교육을 ‘섹스(성행동) 교육’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성교육은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부터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기술을 배우는 것,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 능력을 통해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입니다. 연령대별로 필요한 성교육 내용은 아래 <표>을 참조하세요.
성문화연구소 라라의 노하연 대표가 추천하는 연령대별 성교육 내용. |
Q: 중학생인 아들이 혹시나 성희롱, 성추행 등의 가해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큽니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몰릴까봐 걱정이 돼서 ‘여자아이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가르친 적도 있는데 괜찮은 방법일까요.
A: 폭력을 예방하려 했던 말이 오히려 성차별적 사고를 만들거나 성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여자아이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보세요. 또한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거절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세요. 예를 들어 사과하거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초등학생인 딸이 좋아하는 아이를 귀찮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 나중에 정도가 심해져서 상대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까 봐 걱정입니다.
A: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축하할 일이네요. 성적 끌림 혹은 연애를 주제로 자녀와 성적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꾸 보고 싶고, 그 사람이 나를 쳐다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서 괜히 그 사람 눈에 띄려고 평소 안 하는 행동을 하거나, 장난치고 싶어지지. 때로는 이런 행동이 너와 그 친구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 만약 그 친구랑 더 자주 말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울러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좋아?”라고 물어보면서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양육자의 경험도 공유해보세요. “엄마가 처음 좋아한다고 알았던 건 그 사람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서였어.” 어떻게 하면 상대방과 친해질 수 있는지, 좋아하는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같이 찾아보세요. 예컨대 음료수를 가져다주거나, 좋아하는 걸 기억했다가 선물하는 방법도 있어요.
Q: 아이가 유튜브 영상 등 유해한 성 콘텐츠에 얼마큼 노출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주의를 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너, 야동 본 적 있니?”와 같이 자녀의 경험 여부를 직접적으로 묻지 마세요.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칫하면 자녀에게 불편감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성적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네가 온라인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볼까 걱정이 돼.” 아울러 단순히 “보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은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표현물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논리적으로 알려주세요. 다음과 같이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음란물 시청은 전두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면서 과도한 성적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을 촉발할 수 있어.”(신경발달에 대한 영향), “음란물에 자주 노출되면 성적 관계에서 상대방을 물건처럼 여길 수 있어.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을 떨어뜨려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공감 능력의 저하), “음란물에서는 성적 합의,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 피임 등의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 있어. 이런 콘텐츠를 보면 성을 폭력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현실적인 성적 관계와 인간관계에서 네가 잘못된 기대를 하게 될 수도 있어.”(왜곡된 성 인식 가능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성적 표현물 중 일부는 누군가의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적인 콘텐츠일 수 있어.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콘텐츠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해.”
Q: 아이가 성적 비하가 담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 욕설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A: 비하 발언의 문제점과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그 발언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비하 발언은 단순히 나쁜 말이 아니라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낮추고 차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이런 발언이 사회에서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런 말들이 계속 반복되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불공평하고 차별적인 곳이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가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어.”
Q: 혹시라도 아이가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남자를 만나 안전하지 않은 연애를 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애에 관한 좋은 가치관을 가르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해 주어야 할까요.
A: 연애도 관계맺기의 한 부분입니다. 포괄적 성교육에서는 금기를 강조하거나 문제 예방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충분히 대화하고 지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연애는 상호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건강한 연애 관계와 유해한 관계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거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은 유해한 관계의 징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아울러, 자녀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연애는 인생의 일부일 뿐 모든 것이 아니며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가르쳐주세요. 상대방에게 의존하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자녀에게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자립적인 사고를 갖도록 격려하세요. 양육자가 건강하고 존중받는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롤모델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문화연구소 라라의 노하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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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는 어떻게 생겨? 아들 질문에 ‘성교육 과외’ 고민이 시작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170900021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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