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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PLAY IT] 팔 각도까지 인식…살생 없는 라온메타 '실험동물 부검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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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499만마리. 2022년 한 해 국내 실험에 동원된 동물 수다. 매해 동물실험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동물실험을 불필요한 희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2035년부터 동물실험을 전면 중지하겠다는 취지로, 전임상 단계에서 이를 대체할 시험 방법을 적용하도록 허용했다. 국내에서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라온시큐어 자회사 라온메타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해답을 찾았다. 라온메타는 실험동물 부검을 실습해 볼 수 있는 확장현실(XR) 콘텐츠를 자체 개발해, 살생 없는 가상 환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가상환경(VR) 기기(디바이스)와 컨트롤러만 있다면 부검 전 과정을 단계별로 학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디지털데일리>는 라온시큐어 사무실을 방문해 라온메타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기반 실습 전문 플랫폼 '메타데미'를 체험해봤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습 콘텐츠는 팔 각도와 실습 완성도를 인식할 정도로 생동감 있게 제작됐다.

◆ 정말 진짜같네…부검 실습부터 해부학 정보까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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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메타 실습 콘텐츠에 필요한 도구는 PC, VR 디바이스, 그리고 컨트롤러다. PC 앞에 앉아 라온메타 플랫폼을 켜고, 디바이스를 머리에 장착한 뒤 컨트롤러를 손에 쥐자 준비가 끝이 났다.

메타데미는 라온시큐어의 통합간편인증 서비스 옴니원CX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옴니원CX는 카카오, 패스(PASS) 등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에 로그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날 체험 현장에서는 네이버 기반 계정정보 인증을 통해 로그인이 진행됐다.

로그인을 마치고 메타데미 플랫폼에 접속하자, 자취방처럼 침대와 책상 등 기본 가구로 꾸며진 공간이 나왔다. 마치 롤플레잉게임(RPG)처럼 사용자 아바타를 움직이자, 교육 일정을 확인하는 캘린더와 실무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질문 창이 나왔다. 수료증이 있으면 상장처럼 모아 볼 수 있는 디지털 배지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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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 부검 실습을 받기 위해서는 방 밖 로비로 나와야 했다. 방에서 나오자 실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을 본 따 만든 맵이 나왔다. 은평성모병원은 라온메타와 실험동물 부검 실습 콘텐츠를 공동 개발한 곳이다. 맵은 가톨릭대 중앙의료원, 광장, 헬스케어 강의동, 정보기술(IT) 강의동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아바타를 움직여 실습실에 도착하자 부검 실습 교육이 시작됐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 실험동물기술원 자격검증실기 급수와 진행모드(실습·테스트)를 고른 뒤, 지금 들어야 하는 실습 과정을 선택하면 됐다. 실험동물 부검 실습 과정은 도구 준비부터 가스 마취, 절개, 장기 적출, 사체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있었다.

원하는 과정을 선택하자 눈 앞에 부검 실습을 위해 희생될 실험쥐가 묶여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생동감이 뛰어났다. 가상 공간에서 살아 있는 쥐를 데려온 것이기 때문에, 실제 흉부가 오르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털 표현까지도 실제와 같았다.

사용자 손에는 파란 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가이드에 따라 가위와 주사기 등을 집고 내리면 됐다. 실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부검 영상을 가이드로 시청할 수도 있다.

실습은 실제처럼 까다로웠다. 일례로 실험쥐 복부를 절개할 때 가이드 점선을 따라 도구를 사용하면 됐는데, 절개 길이와 속도 등이 모두 자동 측정됐다. 개복 후 채혈을 할 때도 주사기를 들고 있는 팔 각도를 정확히 맞춰야 했다.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컨트롤러를 쥐고 미세하게 각도를 조정하며 실습을 진행해야 했다.

'실습을 한다'는 행위보다 '정확히 해야 한다'는 목표에 초점을 뒀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실제 현장에서 할 법한 실수를 하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화면 위에 설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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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실습이지만 실험동물의 희생에 대한 마음가짐을 되새겨보는 시간도 있었다. 실습 중 실험쥐가 사망했을 경우 '실험동물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들의 삶은 우리의 연구에 큰 의미를 주고, 우리는 그 공헌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

실습을 진행하면서 궁금한 정보를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 일례로 실험쥐의 해부학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난소의 위치, 크기, 기능적 특성 등을 확인해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실습이 끝나면 이번 교육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진행 상황을 분석해 확인할 수 있었다.

라온메타가 이 콘텐츠를 혼자 만든 것은 아니다. 생명과 직결된 실습을 주요 콘텐츠로 다루는 만큼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커리큘럼 및 특허에 협업했고, 연세대학교 의료원과도 자문을 진행했다.

김대영 메타데미사업팀장은 "실험동물 부검의 경우 경험자라면 잘 할 수 있지만 새로 들어온 학생이나 신입은 살생을 통해 경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가피한 희생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얼마나 실감 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며 "미국 특허 출원까지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라온메타는 가톨릭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XR 기반의 동물실험 교육용 전자 장치, 서버 및 방법'에 대한 미국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 다양해지는 실습 콘텐츠…보안·블록체인 기술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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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메타는 자체 제작한 실험동물 부검 실습 외에도 간호술기, 물리치료, 요양보호,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실습, 시설물 점검(드론) 실습, IT 보안 실습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한 상태다.

다른 콘텐츠 또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실기 교육이 필요한 분야다. 간호술기의 경우 수혈요법, 유치 도뇨, 통증관리 등 과정으로 구성돼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실습하면 된다. 물과 비누로 손 위생을 챙기는 기본적인 요소부터 고급 단계까지 실습이 가능하다.

메타데미는 라온시큐어의 보안 및 블록체인 기술력이 더해 운영된다. 통합인증 뿐만 아니라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방지 솔루션, 블록체인 기반 수료증 등이 더해진다. 메타버스 환경에서도 오프라인처럼 관리 감독, 교육, 수료증 발급까지 모두 가능하게 할 생태계를 구현하자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당시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온메타는 '실용적 메타버스'의 경우 판세가 다르다고 자신하고 있다. 윤원석 메타데미사업본부장은 "이전 메타버스 서비스는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며 "메타데미는 자격증 획득부터 실습까지 실제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라온메타가 자격증을 목적으로 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실기시험이 필수 수반된 자격증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VR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경쟁력 중 하나다.

라온메타는 기존 콘텐츠를 확장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인체 해부학, 반도체 공정, 산업 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실험동물 부검 콘텐츠를 중대형 동물로 확장하는 내용도 고민 중이다.

윤 본부장은 콘텐츠에 대한 시장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며, 라온메타의 향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아바타가 한 번 돌아다니고 끝이 나는 메타버스가 아닌,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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