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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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이 폭탄이 설치된 것으로 짐작되는 구역을 수색할 때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 삼아 앞세우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일부 부대의 일탈이 아니며, 군 내부의 사실상 승인된 절차를 통해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진보 성향 일간지 하레츠와 이스라엘군 전역자들로 구성된 인권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Breaking the Silence)는 여러 이스라엘 병사들 증언을 토대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스라엘 군이 진입하기 전 터널과 파손된 주택에 선발대로 투입되고 있다”며 “미성년자와 노인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뒤 ‘인간방패’로 투입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군복을 입고 이스라엘 군인과 섞여 있기 때문에 언뜻 봐선 구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고, 손이 등 뒤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가자 전쟁 초기부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인간 방패로 활용된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초기엔 지휘관 한두명의 일탈로 판단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배치된 여러 병사로부터 같은 증언이 접수됐다고 한다.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의 집행이사 나다브 웨이만은 “이런 관행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싸우는 여러 부대에 널리 퍼져 있어서 사실상 ‘승인된 절차(protocol)’로 간주될 정도”라며 “많은 병사가 국제법과 이스라엘 법을 모두 위반하는 이 관행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이들을 ‘샤위시(Shawish)'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랍어로 하급 군인을 뜻하는 말인데, 이스라엘군에선 하급 병사를 가리키는 속어로 통용된다고 한다.
미성년자나 노인이 인간방패로 활용됐다는 증언도 있다. 한 병사는 하레츠에 “정말로 나이 많은 사람이 집에 들어가도록 강요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인간방패’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부사관 2명이 2009년 1월 가자 외곽 텔알하와에 있는 집을 수색하다가 폭탄 설치가 의심되는 가방 2개를 발견하고 9살 팔레스타인 소년에게 대신 열어보도록 한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2005년 이스라엘 대법원도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가택 수색시 민간인들을 앞세우던 관행을 심리한 뒤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군대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절차를 수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무도 자유롭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하레츠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인간방패에 대해 알고 있다”며 고위급의 묵인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지침과 명령은 가자 민간인을 생명이 위협받는 군사 임무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며 “인간방패 사용 금지 명령이 명확히 전달됐지만, 하레츠가 보도한 혐의점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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