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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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이 지난 6일(현지시간) 시작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이미 약 1000㎢의 러시아 영토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허를 찌를수 있었던 건 철저히 유지된 군사비밀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작전에 참여한 군인이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의 방어선이 얼마나 쉽게 돌파됐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영상 속에는우크라이나 군대가 국경에서 8km가량 진격한 스베르들리코보 마을에서 시의회 건물 벽에 꽂힌 러시아 국기를 빼서 던지며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기습 작전은 러시아는 물론 미국 등 동맹국조차 놀라게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처음 작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미리 계획을 알지 못했다.
전장 영상 분석 전문인 핀란드 ‘블랙버드 그룹’의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현대의 성공적인 작전에 극단적인 작전 보안과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독립적인 분석가들도 동쪽에서 오랫동안 싸우던 여단의 병사들이 쿠르스크 국경 바로 건너편인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으로 은밀히 이동한 것을 발견했다.
거의 1년 동안 포위된 최전선 도시 차시브야르를 방어했던 22기계화여단의 무인기 대대가 7월 중순 국경 근처에서 발견됐다.
하르키우 지역 보프찬스크 인근에서 전투를 벌였던 82공수강습여단도 그 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별적인 부대의 이동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감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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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도부, 보고 받고도 무시
13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인질로 붙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눈이 가리개로 묶인 채로 군용 트럭에 올라탔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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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공격 약 한달 전러시아 군 지도부에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으나 무시됐다.
러시아 전 의회 의원이자 전직 고위 군 장교인 안드레이 구룰료프는 “위에서는 당황하지 말라,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TV 방송에 나와 한탄했다.
우크라이나 여단은 탄약이 부족해 새로운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 지상전은 우크라이나의 철저한 보안 유지가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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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미국도 자국 군대도 속인 비밀 작전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수미 지역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작전을 마치고 장갑차 내부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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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훈련과 새로운 장비 도입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여단을 교대한다며 수미 지역으로 부대를 이동시켰다고 한 여단의 부사령관인 아르템 중령은 말했다.
또 국경지대에 집결하는 부대의 장교들은 도시나 마을에 들어올 때는 주목을 끌지 않도록 군복을 입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중화기가 모이고, 병력이 집결됐다. 인근 주민들도 국경을 강화하려는 것으로만 알았다.
NYT는 국경에 집결하는 부대에서도 많은 병력이 이런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부대는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공격개시 사흘 전인 3일 아르템 중령은 여단장이 고위 장교들을 숲길 옆 회의에 소집하여 임무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정오 직전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22기계화여단 약 300명, 20대 이상의 장갑전차, 11대의 전차가 국경을 넘었다고 보고를 받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허위 정보와 선전은 전쟁에서 또 다른 종류의 전선이기도 하거니와 그러한 침입이 전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검문소를 돌파하고 두 개의 방어선을 돌파하며 전진했다. 지뢰가 적고 군사적 장애물이 적은 데다 적은 방심하고 있는 사이 기계화 여단은 빠르게 움직였다.
러시아에 이번 작전은 지난해 6월 용병 예브게니 V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진군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 했으나 이같은 약속을 믿기 어려워졌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뒤로 처음으로 본토가 외국 군대에 의해 공격받는 수모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10㎞가량을 진격했고 12일까지 28개 마을과 도시를 통제하고 있으며 러시아인 13만 2000여명이 황급히 피난을 떠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전쟁을 가져왔고, 이제 전쟁이 자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도 비밀로 한 것은 임무를 취소하도록 설득하려 하거나 정보 누출에 대한 우려와 강박증 때문일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동부전선에선 고전하고 있어 이번 작전이 대세를 바꾸긴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작전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대를 쿠르스크에서 몰아내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동부로 진군하는 데 성공하면 러시아가 도네츠크 등 지역에서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도박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을 개시한 쿠르스크 지역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쿠르스크, 브랸스크, 벨고로드 등 우크라이나 3개 접경지역에선 대테러 작전을 개시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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