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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햇반 전쟁 끝"…'앙숙' 쿠팡-CJ 갑자기 손 잡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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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납품중단 사태' 쿠팡과 재거래…1년 8개월 만

알리 추격에 '티메프' 사태까지…쿠팡이 먼저 손 내밀어

공정위 1628억 과징금도 부담…쿠팡 PB상품 경쟁력 보완 필요성

국내 '제판(제조·판매) 전쟁' 일단락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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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체 선두주자 CJ제일제당이 '납품중단 사태'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쿠팡과 다시 손을 잡았다.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시장 확장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 속에서 쿠팡이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십 재개로 국내 '제판(제조·판매) 전쟁'이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 추격에 '티메프' 사태까지…쿠팡이 먼저 손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새벽부터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등 주력상품을 로켓배송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쿠팡 내 오픈마켓(판매자 직구)을 통해 CJ제일제당의 상품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쿠팡이 직접 CJ제일제당 상품을 매입해 다음날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1년 8개월 만이다.

쿠팡은 햇반, 스팸, 비비고 국물요리 등 상온제품도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추석 선물세트도 오는 23일부터 쿠팡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CJ제일제당과의 협업을 오랫동안 고대해왔다"며 향후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고,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하게 됐다"며 '소비자'에 방점을 찍었다.

양사는 연초부터 거래 재개를 위한 협상을 본격화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지난 3월 말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이라고 말한다. 당시 쿠팡 강한승 대표가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을 초청해 나란히 경기를 관람했고 그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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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쿠팡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가 최근 국내시장 확장을 다시 본격화하려는 기류가 관측되는 가운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경쟁이 격화됐고 때마침 쿠팡도 최근 2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쿠팡 고객들 중 '우리는 왜 햇반을 못 사냐'는 얘기를 많이들 했다"면서 "이번 재결합을 통해 쿠팡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한국제품 전문관 'K-베뉴'를 오픈하고 햇반을 비롯한 CJ제일제당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정위 1628억 과징금도…쿠팡 PB상품 경쟁력 보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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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정위의 최근 1628억원의 과징금 결정도 양사의 거래 재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순위 조작 의혹으로 소비자들의 실망도 적지 않았던 만큼, 이들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쿠팡 입장에서도 판매 제품 경쟁력 제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7일 '쿠팡 랭킹순'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에게 PB상품 구매를 유도했다는 의혹으로 쿠팡에 대해 최종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햇반이 굉장히 상징적인 상품인 만큼 쿠팡도 그러한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쿠팡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CJ제일제당 측에 매유 유리한 조건(낮은 납품단가)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쿠팡은 지난 2022년 11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2016년 LG생활건강, 2019년 크린랩, 지난해 6월 존슨앤존슨과 각각 로켓배송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다가 법원의 최종 판단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크린랩과, 지난 1월에는 LG생활건강과 다시 손을 잡았다.

결국 쿠팡이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경쟁력 있는 킬러콘텐츠를 가진 제조업체와의 주도권 다툼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에 대해 "플랫폼이 아닌 제조업체가 협상력을 가지고 왔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자가 제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쿠팡 외에 여러 플랫폼 선택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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