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광복절은 화산면민의날
1946년부터 꾸준히 체육대회
세월호·코로나 등 4번만 취소
지난해 8월15일 ‘광복기념 체육대회’에 참가한 전남 해남군 청소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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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으로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영광과 자부심이 앞으로 길이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 모두 만세를 힘차게 외치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전남 해남군 화산면에서 8월15일 열리는 체육대회는 ‘만세 삼창’으로 시작한다. 주민들은 매년 광복절에 ‘광복기념 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대회에 앞서 연장자 대표인 노인회장이 만세를 선창한다.
해남군은 “제79주년 광복절을 기념하는 ‘화산면민 광복기념 체육대회’가 15일 화산초등학교에서 개최된다”고 14일 밝혔다. ‘화산면민의날’을 겸해 열리는 이 체육대회의 역사는 정부 국경일인 광복절 역사만큼이나 길다.
주민들은 1945년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1946년 8월15일 처음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일제히 만세 삼창을 한 뒤 마을 대항 축구 경기를 벌였다. 주민이 많았던 1970~1980년대에는 42개 마을에서 50여개 축구팀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타지로 떠났던 이들이 대회 일정에 맞춰 고향을 찾기도 했다. “명절 때는 못 와도 체육대회는 참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화산면의 광복기념 체육대회가 개최되지 못한 건 딱 4번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과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던 1968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해남과 멀지 않은 진도 해상에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1년에도 열리지 못했다.
체육대회는 농촌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주민이 크게 줄면서 대규모 행사 개최에 어려움이 생기자 2001년 주민들은 8월15일을 ‘화산면민의날’로 지정했다. 광복절에 면민의날 행사와 체육대회를 함께 치르게 된 것이다.
올해 체육대회는 출전 선수가 많지 않아 축구는 권역별 4개 팀만 출전한다. 대신 고령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윷놀이와 승부차기, 고무신 멀리차기 등이 진행된다.
김인선 화산면 체육회장(60)은 “광복 이듬해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념행사’를 이어오는 곳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며 “규모가 줄었지만 주민들이 한데 모여 광복의 기쁨을 잊지 않는 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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