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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전현희 “김건희 살인자” 발언에 대통령실 “인권유린”, 여당은 제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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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의원 발언 계기로 ‘수세’에서 ‘공세’로 국면 전환 시도

경향신문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서 권익위원회 고위 간부 사망과 관련한 의사진행발언을 하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에 항의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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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14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생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살인자”라고 말한데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인권유린”이라며 권익위 간부 사망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의원직 제명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을 두고 김 여사 책임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여권이 전 의원 발언을 고리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 가족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며 “한 인간에 대한 인권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권익위 간부 사망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규정했다. 정 대변인은 “걸핏하면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을 박탈한다고 협박까지 해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와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직 권익위원장이었던 전 의원을 향해 “권익위를 황폐하게 만든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전 의원은 이날 법사위의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와 윤석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을 덮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사건을 담당했던 권익위 간부가 사망한 사건의 책임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물은 것이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이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하자 전 의원은 “부끄럽지 않냐”며 “억울하게 죽은 권익위 직원의 죽음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다.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동의를 받아 전 의원의 의원직 제명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폭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누군가를 살인자라고 공개 지목해도 되는 갑질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하물며 국회의원이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이용하려는 무책임하고 무도한 발언”이라고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이들은 “전 의원은 특검을 통해 권익위를 수사하려고 압박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대체 누가 권익위 직원들을 괴롭히고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전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권익위 간부 사망 책임론을 두고 방어에서 공세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그간 민주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책임론이 제기된 데 대해 “공직자의 죽음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전 의원 발언을 기점으로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은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서 전현희를 죽이겠다고 나섰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책임지지 않고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발언이 문제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윤 대통령 부부와 권익위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외압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 그들이 반드시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권익위 간부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종결 처리와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일로 괴로웠다’라고 했다”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 대응 매뉴얼에 적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 규명 노력을 국민의힘은 왜 정쟁으로 물타기하는가”라며 “떳떳하면 전현희 의원의 말에 꼬투리를 잡을 게 아니라 진실 규명 청문회를 열자”고 말했다. “저열한 정쟁으로 진실을 덮고 물타기 소동으로 은폐의 이익을 노리지 말라”고도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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