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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업무량 폭증 고려 안한 중대재해법 대응, 산재 판단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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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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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업무 방식 변경으로 높아진 현장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고려치 않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승인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한국전력공사 위탁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강아무개(사망 당시 52살)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취소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 작업을 하는 이른바 활선공으로 일하던 강씨는 2022년 3월 집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상세불명의 내인성 급사’로 숨졌다.



유족은 강씨가 숨지기 두 달 전인 1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인 한전이 위험 작업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업무량이 폭증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강씨가 숨졌다고 주장하며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당시 한전은 활선공들이 보호구를 착용한 채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과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작업하는 승주작업을 금지했다. 대신 절연공구를 이용해 전선 작업을 하는 간접활선공법을 쓰고 높은 곳에서의 작업은 고소작업차만 이용토록 했다. 직접활선공법과 승주작업 모두 사고가 빈발하는 위험 작업이라는 이유였다.



문제는 간접활선공법과 고소작업차 작업이 활선공의 업무량을 급증시키고 노동강도를 키웠다는 점이다. 강씨 동료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책 시행 뒤) 작업량이 4∼5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 쪽은 “강씨가 수행한 업무시간이 과로 인정기준에 미달하고, 심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초래할 만한 과로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자료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반면, 흡연·고혈압·간질환 등 개인적인 소인에 의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량 급증을 고려하지 않은 공단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작업 시 활선공들을 도와주던 승주작업이 금지됨에 따라 활선공들의 작업량이 상당히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작업이 간접활선공법으로 바뀜에 따라 활선공들의 신체 부담이 종전보다 가중되고, 작업시간도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강씨는 업무량 증가와 관련해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간부로서 한전 쪽과 소통 업무를 맡았는데, 재판부는 이를 두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정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이번 판결은 급격한 작업방식의 변화로 인한 업무 강도의 변화가 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 시간의 증가를 초래하지 않았더라도, 급성심장사 발생 과정에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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