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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삼창’으로 시작하는 체육대회 78년째…해남 화산면 1946년부터 ‘광복기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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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남 해남군 화산면 주민들이 194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광복기념 체육대회’. 지난해 8월15일 열린 체육대회에 참가한 지역 청소년 등이 태극기를 들고 입징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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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으로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영광과 자부심이 앞으로 길이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 모두 만세를 힘차게 외치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전남 해남군 화산면에서 8월15일 열리는 체육대회는 ‘만세 삼창’으로 시작한다. 주민들은 매년 광복절에 ‘광복기념 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대회에 앞서 연장자 대표인 노인회장이 만세를 선창한다.

해남군은 “제79주년 광복절을 기념하는 ‘화산면민 광복기념 체육대회’가 15일 화산초등학교에서 개최된다”고 14일 밝혔다. ‘화산면민의 날’을 겸해 열리는 이 체육대회 역사는 정부 국경일인 광복절 역사 만큼이나 길다.

주민들은 1945년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1946년 8월15일 처음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일제히 만세 삼창을 외친 뒤 마을 대항 축구 경기를 벌였다.

주민이 많았던 1970~80년대에는 42개 마을에서 50여개의 축구팀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고향을 떠난 향우들이 대회 일정에 맞춰 고향을 찾기도 했다. “명절때는 못 와도 광복기념 체육대회는 참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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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15일 전남 해남군 화산면 주민들이 개최한 ‘광복기념 체육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인사하고 있다. 화산면은 1946년부터 매년 광복절 체육대회를 연다. 해남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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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면의 광복기념 체육대회는 그동안 딱 4번 개최되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과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던 1968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해남과 멀지 않은 진도 해상에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도 주민들은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1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체육대회는 농촌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주민이 크게 줄면서 대규모 행사 개최에 어려움이 생기자 주민들은 2001년 8월15일을 ‘화산면민의 날’로 지정했다. 면행정복지센터와 주민들이 광복절에 면민의 날과 체육대회를 함께 치르게 된 것이다.

올해 체육대회에서는 출전 선수가 많지 않아 축구 경기는 권역 별로 4팀만 출전한다. 대신에 고령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윷놀이와 여자승부차기, 고무신 멀리차기 등이 진행된다.

김인선 화산면체육회장(60)은 “광복 이듬해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념행사’를 이어오는 곳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면서 “규모가 줄었지만 주민들이 한데 모여 광복의 기쁨을 잊지 않는 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군은 오는 19일 황산면 옥매광산에서 ‘광부 118인 합동추모제’를 개최한다. 황산면 옥매공산 광부들은 일제 말기 강제로 제주도로 끌려가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됐다.

해방 이후 어렵게 선박을 구해 제주에서 해남으로 돌아오던 광부들은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배에 불이 나면서 118명이 수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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