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은 받아야" 모의…'쯔양 공갈' 사이버레커 조직범죄였다

수원지검 전경. 중앙포토

1000만 유튜버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유튜버 구제역(이준희·31)과 주작감별사(전국진·32), 카라큘라(이세욱·35), 크로커다일(최일환·39) 등이다.

일부 유튜버의 개인적 일탈 범행으로 추정됐던 이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 사이버 레커들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등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쯔양의 사생활 정보를 유튜버에게 넘기고 돈을 갈취한 최모 변호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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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구제역·주작감별사·카라큘라·크로커다일 기소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 정현승)와 형사5부(부장 천대원)는 14일 공갈 등 혐의로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를 구속기소했다. 또 구제역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공갈방조)로 카라큘라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크로커다일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는 2023년 2월 쯔양에게 “네 탈세와 사생활 관련 의혹을 제보받았다. 돈을 주면 이를 공론화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구제역은 같은 해 5월 쯔양에게 “탈세 등 의혹이 공론화되길 원치 않으면 내 지인의 식당을 홍보해달라”고 요구해 촬영을 강요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에도 쯔양에게 “네가 고소를 남발해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레커 범행 조직도. 수원지검

카라큘라와 크로커다일은 구제역에게 “쯔양에 관한 폭로 영상을 올리기보다 직접 돈을 뜯어내는 것이 이익”이라는 취지로 공갈을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카라큘라와 구제역은 2022년 6월과 2021년 10월 아프리카TV BJ 수트(서현민)에게 스캠코인 사기 의혹을 거론하며 협박해 5500만원(카라큘라 3000만원, 구제역 22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쯔양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10일 만인 같은 달 26일 이들을 구속한 데 이어 카라큘라도 이달 2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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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만들고 단톡방 통해 정보 실시간 공유

당초 개인적 범행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검찰 조사 결과 조직적·계획적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21년쯤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정기모임과 단합회 등을 통해 결속을 다졌다. 이들은 같은 해 말부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쯔양 사건도 제보를 입수한 구제역이 즉시 단체 대화방에 내용을 공유하고, 이들과 통화하며 상의했다. 이들은 “고소당해봤자 그냥 벌금 나오고 끝난다” “나도 돈 좀 받게 꽂아달라. 형님 혼자 먹지 말라”며 범행을 독려·부탁하거나 “그냥 엿 바꿔먹어라(영상 비공개 대가로 돈을 뜯어내라)” “대충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라” 등의 조언을 했다. “이건 2억은 받아야 한다” “그냥 몇천 시원하게 당겨라” “한 3000 받아라” 등 갈취 금액을 조율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유튜버 쯔양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마지막 해명' 영상. 사진 유튜브

실제로 구제역은 쯔양 측에 “사이버 레커 연합회에도 제보가 들어갔다. 제보 내용이 공개되지 않도록 유튜버와 기자들을 관리하려면 500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며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했다.

검찰은 쯔양 측의 고소로 구제역과 주작감별소, 카라큘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조직을 파악했다. 또 크로커다일이 “돈을 뜯어내라”고 조언한 것을 확인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통화녹음 파일을 편집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수사가 시작된 이후엔 관련 내용을 즉각 언론에 공개해 다른 공범들이 대비하도록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의 단체 대화방과 통화녹음, 압수한 문서 등에서 이들이 쯔양에 대한 범행 전부터 유사한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발견하고 수사하고 있다. 또 구제역의 쯔양 명예훼손 혐의 등 추가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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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 정보 유출 변호사, 구속영장 재청구

검찰은 쯔양을 공갈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최 변호사에 대해서도 보완수사를 거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추가해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또 쯔양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의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수원지검 공보관 황우진 부장검사는 “이들은 그동안 ‘사적 제재’를 운운하며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세했으나 실상은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사이버상 집단 괴롭힘)에 불과하거나 타인의 약점을 폭로해 금품과 맞바꾸는 약탈적 범행을 자행했다”며 “특히 ‘내밀한 사생활이 공개될 수 있다’는 피해자의 공포심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하고서도 논란이 되자 ‘피해자를 지켜주려고 한 것’이라고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성 콘텐트 유포를 근절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 등 제도적 제재 수단 강화와 수사기관의 엄정 대응이 긴요하다”며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책임에 상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악성 콘텐트 유포 사범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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