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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 확산돼” 혐오발언 쏟아내는 인권위원장 내정자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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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6월 출간한 책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별금지법 도입 취지를 왜곡하는 수준을 넘어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퍼트리는 성소수자 혐오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이라는 인권위 설립목표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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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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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내정자는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헌법의 이념과 기본원리>의 ‘최근 논란이 되는 헌법 쟁점들’ 부분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소개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그리고 에이즈 및 항문질환 사이 상관관계를 뭉뚱그린 주장은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펼쳐온 것이다.

학계에선 “혐오 표현에 가까운 주장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학 교수는 “감염병 원인을 모르던 1980년대에나 할 법한 비합리적인 말을 2024년에 한다는 것이 놀랍다”며 “논리가 없어 오히려 반박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안 내정자의 주장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예방·통제하는 데 있어서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학계 정설과도 배치된다. 안 내정자가 동성애와 질병 연관성을 주장한 근거로 인용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IV 낙인·동성애 혐오·차별·빈곤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안 내정자는 차별금지법이 “헌법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고 인류가 쌓아온 바람직한 도덕과 윤리, 훌륭한 전통과 관습을 파괴할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성별로 구별된 화장실·목욕탕의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거나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전체주의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사상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제한될 수 있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공산주의자·파시스트 등 전체주의자 채용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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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으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안 내정자는 성소수자 비판이 ‘종교의 자유’이며, 차별금지법이 이를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했다는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기독교방송, 신문, 소셜미디어, 광장, 길거리, 군, 교회 등 공적 시설에서 동성애의 죄성을 지적하거나 이단을 비판하는 설교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인권위는 ‘평등법(차별금지법) 쟁점과 팩트체크’에서 안 내정자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교회 설교 등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부정적 발언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주장에 대해 인권위는 “종교 고유의 기본적 활동은 평등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안 내정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인권법이라고 할 수 있나 싶다”며 “책의 내용은 각주를 달아두는 등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이 편향적이어선 안 된다”며 “앞으로 인권위에서 진리와 진실에 근거해서 숙의 민주주의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또 “권리와 진실에 입각해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고 헌법 정신에 입각해 공공의 의와 공동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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