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 도입 1년 만에 565만명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약 33조원을 적립했다. 효율적인 자산 재분배(리밸런싱)에 따른 수익률 개선이 디폴트옵션의 강점이다. 하지만 가입자의 87%는 원금보장형인 ‘초저위험’ 상품에 퇴직금을 묻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택한 가입자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565만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478만9000명)보다 18% 증가했다.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2조9095억원에 이른다.
디폴트옵션은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상품 만기 이후에도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 방법을 추가로 지시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방식대로 자금을 자동으로 굴리는 제도다. 정부는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12일 도입했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0.8%다. 지난해 말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굴린 전체 퇴직연금 상품의 평균 수익률(연 4.08%)보다 높다. 하지만 위험등급 상품별로 따져보면 수익률은 저조하다. 전체 가입자의 약 87%(487만 명)가 ‘초저위험’ 등급에 몰려있어서다. 저위험(31만 명), 중위험(27만 명), 고위험(18만 명)으로 위험 등급이 높아질수록 가입자 수는 줄었다.
중·고위험 등급 상품의 1년 수익률은 연 12% 이상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저위험 상품은 연 7.51%, 초저위험 상품은 연 3.47%에 그쳤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의 편입을 제한하는 등 운영 방식을 일부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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