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아리셀 참사’ 대책
비자 관계없이 기초 안전보건교육 최소 1회 이상 의무화
리튬배터리 폭발사고 대응책 부재…노동계 “맹탕”비판
정부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최소 한 번 이상은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6월24일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로 이주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이 도마에 오르면서 마련한 대책이다. 하지만 이 참사의 핵심 원인인 불법파견 등 고용구조 개선 대책 등이 누락돼 변죽만 울린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약 92만명의 이주노동자에게 비자와 관계없이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용허가제(E-9, H-2)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후로 기초 안전교육을 받지만, 이번 사고에서 다수 희생된 재외동포 등 F계열 비자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안전교육을 포함하고, 사업장 배치 전 기초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장기 근속 이주노동자 등을 사내·지역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화재·폭발 예방을 위해 사업장에 비상구 형광 표시나 격벽, 소화·경보·대피설비 등을 설치하면 최대 1억원의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공사 발주자가 시공사에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평균 19% 인상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임대비 지원을 현행 40%에서 단계적으로 100%까지 올린다.
위험성 평가 인정제도와 컨설팅도 개편한다. 아리셀은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고 산재보험료도 감면받았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인정심사 때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 참여 여부 등 배점을 강화하고, 인정 기간 중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 감면액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을 “백화점식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제조업 산업단지 대책도, 리튬배터리 화학폭발 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다”며 “개탄과 분노를 일으켰던 위험성 평가 제도는 전면 개편은커녕 인정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파견 등 산업단지 고용구조 개선 방안이 이번 대책에 빠져 있다.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은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고용됐는데 일용직 파견노동자로 일한 탓에 이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이주노동자의 실질적인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파견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등 근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안전교육도 정기교육 등에 관한 내용이 빠진 터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에서 잠깐 교육받는 것으로 되겠느냐”며 “안전교육은 개별 사업장 상황에 대한 교육이 핵심인데, 지금은 그렇게 하도록 돼 있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도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날 아리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도 발표했다. 노동부가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감독을 실시한 결과 비상구 부적정 설치, 가스 검지·경보장치 미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65건의 법 위반 사항을 사법조치하고 안전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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