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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고객 늘었지만 확장엔 제동…티메프에 웃고 우는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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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이탈 소비자, 경쟁사 플랫폼으로 이동
"투자자, 산업 구조·거래 관행 등 신중히 고려할 것"


더팩트

정산금, 환불 지연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를 이탈한 고객들이 경쟁사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신중성이 커지면서 기업 외형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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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우지수 기자] 티메프 정산, 환불 지연 사태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한 소비자, 판매자들을 유입한 업체들은 고객 증가에 미소를 띄고 있지만 상장을 위해 외형 성장을 준비하던 업체들은 투자 업계가 이커머스 업태를 신중하게 평가하면서 기업공개(IPO) 계획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13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사용자들이 이탈하자 G마켓, 11번가 등 경쟁 오픈마켓 플랫폼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가 최근 일제히 성장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G마켓 이용자는 전월(6월)보다 4.7% 늘어난 520만3992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1번가는 2.9% 증가한 733만965명 MAU가 집계됐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꾸준히 사용자 수가 증가했지만 미정산 사태 영향으로 고꾸라졌다. 지난달 MAU는 전월 대비 각각 0.6%, 7.7% 감소한 434만6979명, 399만2628명으로 전체 이커머스 플랫폼 중 6, 7위를 기록했다.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은 앱 사용자 성장보다 더 크게 늘었다. 비씨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11번가·G마켓·옥션의 하루평균 결제 건수는 사태 전인 지난 6월 1일에서 7월 21일보다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롯데온도 7% 늘었다.

이와 관련,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서비스 기준이 티메프 사태 이후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판매자들은 정산 서비스, 기업 재무 상태 등을 더 꼼꼼하게 따질 것"이라며 "처음에는 대기업 이커머스 플랫폼에 먼저 신뢰를 보내고 있고, 이후 고객의 '옥석 가리기' 결과가 점차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한 고객을 흡수하고 있지만 밝은 표정만 짓지는 못한다. 투자자들이 이커머스 산업에 투자할 때 업계 대금 정산 구조, 재무 상태, 거래 관행 등을 더 신중하게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커머스 업체들이 상장을 위해 멈췄던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티메프 사태가 이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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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산업 구조, 거래 관행 등이 부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가운에 컬리, 오아시스 등 상장을 준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IPO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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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올해 미뤘던 IPO를 재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판매자 대금 정산 주기를 두 달 뒤까지 늘린 컬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이 나오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긴 판매 대금 정산 주기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기업과 시장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IPO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며 "티메프 사태가 IPO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장을 연기한 신석식품 판매 플랫폼 오아시스는 올해 IPO를 재추진하면서 계획한 11번가 인수를 중단했다. 오아시스가 11번가 매각 주관사 측에 제시한 지분 맞교환 방식은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업계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원인을 큐텐이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이커머스 기업을 무더기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11번가 측이 오아시스가 제시한 지분 교환법이 부담스러워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놀자 역시 티메프 사태로 미국 나스닥 상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해 4월 큐텐에게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을 1871억원에 매각했지만 돈을 다 받지 못한 상황이다. 야놀자가 큐텐으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약 1700억원으로 미수금을 받지 못한다면 영업외 손실로 실적에 반영된다. 이와 관련해 야놀자 관계자는 "인터파크커머스 미수금은 회사 재무상황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IPO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신중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용자와 매출액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 전략의 위험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의 산업 구조, 거래 관행, 재무 구조가 부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상장 추진 업체의 실제 역량과 무관하게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더 신중하게 보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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