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1 (수)

尹정부 첫 軍 출신 안보실장… 국제 정세 불안에 전문가 등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교안보라인 연쇄이동 왜

尹, 나토정상회의 계기 재편 계획

한·미동맹간 신뢰회복 성과 판단

장호진 실장 7개월 만에 특보 이동

북·러 밀착 대응 등 ‘문책성’ 해석도

전문가 “대북 억제정책 무게 인사

북한 입장에선 긴장감 커질 수도”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군 출신 인사가 전진 배치됐다. 정부 출범 후 줄곧 외교 라인이 맡아왔던 국가안보실장에 7년 만에 현직 국방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호진 안보실장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이동해 경질설도 흘러나온다.

세계일보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해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 출신 전진배치, 안보전략 선회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 휴가를 다녀온 뒤 업무에 복귀한 일성으로 외교안보 인사 카드를 꺼내든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고 회의에 참석하면서 달라진 국제정세를 체감한 것이 인선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외교안보 라인의 재편을 계획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주요국 정상들을 만난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이에 대한 여러 도전에 대한 대응을 고민한 결과 지난주 휴가를 기점으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선의 핵심은 안보실장의 교체다. 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는 자리로 외교안보 부처의 컨트롤타워로 통한다. 여기에 신원식 국방장관이 이번 정부 첫 군 출신 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2017년 5월 물러난 김관진 전 안보실장 이후 처음이다.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신 장관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수장에 오른 만큼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외교안보 기조의 변화도 예상된다.

세계일보

신원식(왼쪽), 장호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는 외교관 출신의 정의용 전 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 출신의 서훈 전 안보실장이 안보실을 총괄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김성한-조태용-장호진’으로 이어지는 외교부 출신의 ‘외교통’들이 수장을 맡는 기조가 이어졌는데 윤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 들어 이에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에선 육군 대장 출신의 김장수·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을 차례로 맡았다. 당시는 북한의 4, 5차 핵실험, 광명성 4호 로켓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가 긴장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안보에 방점을 둔 인선이 이뤄졌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의 국방장관 내정도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처장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초대 국방장관 적임자로 추천했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국방장관 하마평에 꾸준히 거론됐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함께 한 측근인데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도 주도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부임한 신 장관이 임기 1년도 채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7개월 만에 전격교체, 경질설도

외교가에서는 지난 1월 임명된 장 실장이 7개월 만에 외교안보 특보로 임명되자 표면상 예우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좌천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번 정부 초대 안보실장을 지낸 김성한 전 안보실장처럼 경질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인사”라는 반응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 국면에서 장 실장이 러시아를 향해 공개 경고를 보내는 등 안보실이 전면에 나섰지만 결국 북·러 양국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이에 대한 문책성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이 과정에서 장 실장은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북·러의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이 장 실장을 특보로 임명하면서 일종의 외교 특사 역할을 맡긴 만큼 경질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다만 기존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에서는 내려온 만큼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를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 수여를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안보실장 경질설’에 선을 그었다. 경제안보 환경에서 원전과 방산 수출 등 다양한 현안이 많은데, 이를 외교안보 특보가 맡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직접 출장을 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장 실장이 적임자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 배경 해석 분분, 여야 평가 엇갈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신 장관은 군 출신 가운데 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북한, 통일 등 가장 폭넓은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라며 “정부가 북한 등에 대한 억제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인선”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번 인선으로 군사적 측면, 대응의 현실성 등이 강해져 북한 입장에선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도 북한의 국지적 도발 등에 대해 적대적 대응력을 높였다는 인식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인 한편 신설되는 외교안보 특보의 의미와 역할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포착된다.

여야는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 처장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에선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호평이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외압 피의자로 입건돼도 모자랄 사람”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만행”이라며 “(김 국방장관 후보자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자료 회수가 이뤄지는 동안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수차례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조병욱·정지혜·최우석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